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 제주일보
  • 승인 2017.05.3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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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제주한라대학교 컴퓨터정보과 교수

[제주일보] 길을 걷다 문득 담벼락에 탐스럽게 핀 장미꽃을 보면 신록의 계절이 성큼 곁에 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흔히 5월을 장미의 계절이라 한다. 그리스 신화에 비너스가 사랑하던 소년 아도니스가 산돼지에 물려 죽었을 때 아도니스를 살리려 급히 달려오다 가시에 찔려 흰 장미꽃이 떨어져 붉은 장미꽃이 되었다하여 그 꽃말이 ‘영원한 사랑’과 ‘열정’이다. 전남 곡성의 세계장미축제를 비롯하여 각 지자체별로 장미축제의 향연을 열어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으나 5월을 보내는 국민의 마음이 착잡하다는 건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여긴다.

그 어느 누가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라 했던가, 촛불 탄핵으로 교도소에 수감이 되고 재판정에 나온 권력무상의 나락에 빠진 초라한 모습의 전직 대통령을 보았기 때문인 지 모른다. 또한 21세기에 와서도 진보와 보수라는 구태연한 이념 논쟁으로 편가르기의 대선을 치렀다.

그 결과 새롭게 탄생된 문재인 정부는 상대적인 도덕적 우월감이 있으리라 여겼으나 전 정부와 다름없이 총리를 비롯한 각료 후보자의 위장전입, 탈세 등의 단골 메뉴가 재등장함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 다르다’라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해명은 씁쓰레하다.

왜냐면 ‘친문패권’의 자기들만의 완장 논리로 도덕적 오만과 배타적 불관용성을 향후 5년간 지배하여 소통과 통합의 기치가 실종될까 해서 그렇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이어진 지난 수 개월 간의 국정 혼란은 결국 나라의 품격은 물론 국가신인도를 추락하게 하였다. 그동안 북핵 위협을 비롯해 국가별로 더욱 강화되는 보호주의 정책과 사드 갈등 등의 현안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그동안 이 나라의 민초들은 대내·외적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정립하기 위한 비선라인이 아닌 시스템적인 국정을 갈구하여 왔다. 그래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하는 낮은 자세로 임하고하는 문재인 정부의 광화문 정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 27일 바둑 세계 랭킹 1위 중국 커제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제3국에서도 209수만에 돌을 던져 3대 0으로 완패하였다. 인공지능 기술의 위대함을 반증하였다.

2014년에 개봉된 트렌센던스 영화에서 윌의 연인 에블린은 잔혹한 테러집단 ‘RIFT’로부터 죽음을 당한 윌의 뇌를 인공지능 컴퓨터가 되어 영생(永生)할 수 있도록 ‘브레인 업로딩’ 한다. 그 후 윌은 인류가 수천 년에 걸친 지적 능력에 자율 조정 능력까지 갖춘 슈퍼컴퓨터의 두뇌를 소유한 신적인 존재로 변모한다.

인류의 재앙이 될 런지 모르지만 2045년을 기점으로 이와 같은 인공지능형 윌과 같은 인간이 공존하는 특이점의 시대가 올 것이라 미래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생물학적인 인간 개체와 그러하지 않은 인공지능 개체가 서로 상존하게 된다. 바둑 대국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잠재력을 확인한 알파고 개발사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은퇴를 선언하고 의료나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가상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겠다 한다.

이번 알파고와 커제와의 제2국에서 불계승의 계기가 된 알파고의 119번째의 수를 신의 한수라고 프로기사들은 말하곤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룸에 따라 도처에 치유되지 않은 갈등이 잔존하고 있다. 실타래처럼 엮인 이러한 난맥상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알파고의 119번째의 신의 한수를 새롭게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기대해본다.

장미꽃이 만발한 화사한 이 5월을 보내면서 아무리 기계가 지배하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하지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어느 가수의 노래말처럼 그래도 사람의 온기가 넘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여긴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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