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와 자매
형제와 자매
  • 제주일보
  • 승인 2017.05.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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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17개월 터울의 형과 동생은 올 해 대학생이 돼 같은 일학년의 과정을 다니고 있다. 형이 재수를 해 동생과 같은 해 대학에 입학한 것이다. 학교, 전공은 다르지만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 터라 형과 동생은 가끔 “ 형네도 그래?”, “우리는 이건 이래”라는 대화를 나누며 같고 다른 것들을 견주며 나눈다. 외모는 쌍둥이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관심 분야는 겹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아침에 밖으로 먼저 나간 형이나 동생이 때 맞춰 자신이 입으려던 옷을 입고 나가버렸다며 투덜대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을 보면 옷을 입는 취향도 비슷한 듯 하다. 대학생이 되면서 가끔 음주도 하는데 술 주량도 비슷하다며 서로 쳐다 보다 웃는다. 그 눈길 속에서 부모와 자식 사이와는 달리 비슷한 나이대를 살아가는 동반자들끼리 느끼는 감정과 경험의 연대감이 느껴진다.

형제 자매는 아동이 출생 후 처음으로 접하는 또래 집단이며 비슷한 시간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동생이 태어나서 첫째 아이가 갑자기 어린 아이가 됐다며 상담센터에 찾아오는 부모님들도 종종 있다. 대부분 다음과 같은 증상들을 호소한다.

▲“동생 갖다 버려 ”, “동생 미워”라고 큰 소리로 이야기 하며 울어요.

▲동생에게 관심을 보일 때 얼굴 표정이 바뀌어요.

▲동생에게 당연히 손길을 줘야 할 대소변 처리하기, 우유 먹이기 등을 할 때도 자꾸 방해를 해요.

▲동생을 안을 때마다 자기도 안아 달라고 몸에 매달려요.

▲부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동생을 꼬집어요.

▲동생의 행동을 흉내내요.

▲갑자기 말을 더듬어요.

▲평소 잘하던 대소변 가리기를 갑자기 못 한다며 실수를 자주해요.

▲어린이 집(유치원)에 가지 않으려고 해요.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형제 자매 관계를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 하려고 질투하고 경쟁하는 라이벌 관계로 본다. 특히 동생이 태어남으로써 첫째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줄어들게 되면서 첫째는 동생에 대해 질투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첫째는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손가락 빨기, 기어 다니기, 대소변 실수하기 등의 퇴행행동과 동생을 괴롭히는 공격행동을 보인다.

동생을 맞이한 첫째에게 부모는 어떻게 대해주면 좋을까? 아기처럼 행동하고자 하는 마음을 읽어주며 잠시 동안이라도 아기처럼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첫째 아이가 부모와 단 둘이 놀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그리고 동생의 기저귀나 젖병 등을 가져오게 하면서 동생을 돌보는 일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아기처럼 행동할 때는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성숙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해 주면서 그 행동이 긍정적으로 강화될 수 있도록 한다.

형제 간의 경쟁(sibling rivalry)이 너무 심해서 상담실을 찾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노력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형성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동생은 형과 같은 길은 피하려고 애를 쓴다. 그 이유는 같은 길을 가게 되면 형이 이미 앞장 서서 간 길이기 때문에 늘 2등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같은 길을 가게 되면 늘 “형이 이미 한 것인데 뭘”이라는 ‘비교의 꼬리표’가 붙게 되기 때문에 정말 잘 할 자신이 있을 때나 같은 길을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정말 잘 할 자신이 있어 형과 같은 길을 선택하게 됐을 때는 아버지에 대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형이라는 대상을 통해 실현되는 강한 죄의식을 경험한다. 이것이 바로 형제 간의 경쟁이 갖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선두를 간다는 것, 게다가 누군가가 쫒아오고 있다는 것을 동시에 느끼면서 달린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그래서 잘 달리는 능력과 그 스트레스를 견뎌 내는 것이 바로 “손윗사람 형이나 언니가 가지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런데 이 앞서서 달리기를 만약 동생이 하게 된다면 뒤에서 달리면서 느꼈던 ‘뒤늦게 태어나 이게 뭐람’ 하는 피해 의식과는 달리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생들은 아예 처음부터 형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같은 길을 가려는 모습을 보일 때 형이 먼저 다른 길로 가버리기도 한다.

먼저 태어나서 동생에 비해 선택할 권한을 가진 형이지만 부모님과 가족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책임감을 견뎌야 하는 운명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와 언니인 경우에는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애증의 언덕을 오르내리는 심리적인 에너지 소모를 겪는 동안 동생은 “세상을 뭘 그리 복잡하게 사나? 꼭 일등을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라는 마음을 가지며 적당하게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켜 드리며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이렇게 형과 동생은 각자 다른 입장을 취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질투하기도 하고 부러워 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 보는 잣대로 삼는다. 서로를 비춰주고 상대방의 모습을 부러워 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 형제와 자매, 삶의 영원한 동반자며 또한 타인이다.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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