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색달마을에 빚지다
제주, 색달마을에 빚지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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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 전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음식물폐기물을 처리할 광역 처리시설이 서귀포시 색달마을에 조성된다. 제주도와 서귀포시, 색달마을대책협의위원회는 최근 색달마을회관에서 이에 따른 주민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제주도는 음식물 폐기시설이 들어서는 색달마을 발전을 위해 가구별로 3㎾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생수천 생태문화공원을 조성 등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제주도는 주민들과의 협약 내용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지역개발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색달동 6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광역음식물처리장은 하루 처리가능용량 400여 t의 규모로 조성된다. 제주도는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처리시설을 준공하기 위한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 수립 등 인허가 절차를 밟아나가는 동시에 국비 지원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력을 모으기로 했다. 원희룡 지사는 협약식에서 “처리시설을 가장 친환경적이고 최첨단으로 조성 후 안전하게 가동하고 적극적으로 주민지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색달마을 주민들이 자신의 마을에 광역음식물처리장 유치를 수용한 것은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이다. 지금까지 제주사회는 대규모 환경기초시설 등이 조성될 때 어김없이 발생하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수없이 경험해 왔다. 결국 막대한 사회적 출혈이 뒤따랐고 또 이 과정에서 갈등해소를 위한 수많은 비용과 행정력이 낭비됐다. 이는 제주 사회발전을 더디게 만들고 나아가 의견이 다른 사회구성권 간 또는 민·관 갈등으로 이어져 큰 후유증을 남겼다.

이 때문에 제주는 늘 환경기초시설 설치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 제주라는 거대 사회가 지탱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배출한 각종 폐기물과 생활하수 등을 필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정작 그 구성원들은 처리시설이 자신과 연관된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극구 반대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동네는 안 된다’, ‘왜 우리만 희생해야 하나’ 는 등의 핏발선 고성이 난무했다. 때문에 한 곳의 환경기초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수년간 갈등을 겪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제주사회는 막대한 유무형의 손실을 치러야만 했다. 특히 폐기물 처리시설은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제주도는 색달마을에 대해서는 ‘전폭적 지원’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색달마을 내에서 ‘유치하길 잘했어’라는 공감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지원책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기존 혐오시설이 들어선 마을지원 지원에 따른 ‘모범 또는 우수 사례’를 찾을 게 아니라 ‘위법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찾을 수 있는 지원방법을 모두 찾아내 이를 시행해야 한다. 색달마을이 광역음식물처리장 건립을 수용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제주도민들에겐 자신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큰 짐을 내려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제주도민 전체가 색달마을에 빚을 졌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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