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의 폭력성과 치료받을 권리
조현병 환자의 폭력성과 치료받을 권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2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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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제주일보] 얼마 전 인천에서 17세 여고생이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에 이어 또 다시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특히 이들 사건의 범인이 조현병으로 치료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와 비난이 쏟아지고 여론을 통해 오해와 편견이 확대 재생산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엽기적인 범행 수법이나 반사회적 범죄 의도의 원인을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에서 찾는가 하면 조현병 환자의 폭력성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조성하고, 그들을 사회로부터 무조건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편견과 달리 정신의학의 영역에서 조현병 환자의 폭력성이 일반 인구에 비해 더 두드러진다는 일관된 증거는 없다.

조현병과 폭력성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대표적인 연구는 맥아더(MacArthur) 폭력위험도 평가연구(MVRAS)이다. 정신병동에서 퇴원한 1135명의 지역사회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조현병 환자의 폭력행동은 인격장애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물질남용 환자에 비해 오히려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현병과 폭력성 간의 연관성을 지지하는 몇몇 다른 연구들조차도 사회경제적 요인이나 반사회적 인격장애, 물질남용의 공존 등과 같은 변인을 통제할 경우 일반인구와 환자군의 폭력성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력 그 자체는 조현병의 증상이 아니다. 제대로 치료받고 관리받는 상태에서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지 않다. 증상이 안정된 상당수에서는 사회 복귀 훈련을 통해 온전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범인도 치료받지 않은 채 방치돼 두드러진 양성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고 인천 사건의 범인도 조현병 자체보다는 인격 장애의 공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갖는 사회적 낙인 효과는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숨기거나 부정하게 만들어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을 기회를 앗아간다. 사회적 편견의 해소에 더해 병식이 없는 정신질환자에게조차 치료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는 법적·사회적 안전망의 구축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개정 정신건강증진법’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준비 과정 및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일방적인 법적용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 문턱만 높여 놓은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다. 정신보건영역의 종사자로서 법 시행 이전에 ‘정신질환자들의 치료받은 권리’에 대한 정부의 진지한 고민을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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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2017-06-19 16:20:56
살인자는 조현병인지 아닌지 검증도 정신과 의사 50명의 의견을 받는 법을 만들어야죠. 살인해놓고 조현병 핑계대는 사람은 찢어죽여도 시원찮습니다. 치료받을 권리 이전에 살인자는 사형시켜놓고 권리 찾아야 될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