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문화광장 개명과 우리의 주문
탐라문화광장 개명과 우리의 주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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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산지천 주변 공원을 탐라문화광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치 ‘공갈빵’처럼 실상을 부풀려놓은 과잉포장이었다. 시민들로부터 거기에 무슨 탐라문화가 있느냐는 힐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지난 주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개최한 ‘탐라문화광장 활성화 조례’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 명칭부터 고쳐야 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탐라문화광장은 마치 탐라문화를 볼 수 있는 곳처럼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며 개명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김양훈 제주도 도시재생과장도 “당초 가칭으로 지은 ‘탐라문화광장’이 (시간이 지나면서)굳어져 쓰이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이름을 산지천과 연관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산지천과 연계한 이름을 많이 제안했다고 한다. 이름부터 제대로 지어야 활성화를 위한 방향도 제대로 설정할 수 있다. 이를 공론화해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특색과 역사 문화가 녹아있는 명칭으로 하루 속히 변경하기 바란다.

본질에 꼭 들어맞는 적확한 말, 특정 상황에 어울리는 예리한 개념어를 쓰는 것은 사회가 고도화되고 지식 수준이 높아질 수록 중요한 덕목이다. 그래서 프랑스 문호 구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oubert)가 이미 170년 전에 언급한 ‘일물일어(一物一語)설’은 지금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일물일어는 세상에 어떤 사물이든지 자신을 표현할 오직 하나만의 단어를 갖는다는 주장이다.

관념이든 형상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가지(일물)에 이런 이름도 되고 저런 이름도 붙일 수가 없다는 말이다. 말을 함부로 쓰는 우리사회에 대한 경고처럼 들린다. 그렇다. 잘못된 이름과 용어는 개인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탐라문화광장이란 명칭에 잘못 사용된 부분은 ‘탐라문화’ 네 글자만이 아니다. ‘광장’이란 말도 마찬가지다. 그게 과연 시민들이 ‘광장’이라 부를 만치 넓은 장소인지 의심스럽고, 또 찾아온 관광객들을 웃기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차제에 우리는 제주도가 시민들을 상대로 어떤 행정 용어를 사용할 때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신중히 검토한 후에 사용해줬으면 한다. 일방적으로 행정의 입장에서 용어를 선택해 사용하지 말고 시민의 입장에서 용어를 사용해달라는 주문이다. 우리가 보건데 본말이 전도된 것 같은 행정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누가보더라도 “하수도 요금 인상”인데 “하수도 요금 현실화”라고 하거나 “하수도 요금 조정”이라는 말로 덧칠을 한다. 인상이면 인상이지 현실화는 뭐고 조정은 뭔가. 이런 행정 용어를 사용할 때마다 시민들은 “현실화 좋아하네”, “조정 좋아하네” 하며 빈축을 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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