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은 대통령의 날?
5월 23일은 대통령의 날?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05.24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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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5월 23일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대통령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8년 전 2009년 5월 23일 아침에 들려 온 뉴스 속보는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마침 그날은 토요일이어서 기자도 집에서 늦잠을 즐기고 있는데 초등학생인 딸이 “아빠,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했데”라고 말을 하자 “너 거짓말하면 혼 난다”라고 말을 하며 TV를 켜는 순간 할 말을 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받기 위해 버스를 타고 김해를 출발해 서초동 검찰청사에 도착했고 당시 변호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과 버스에서 함께 내렸다.

5월 1일 조사를 받은 후 고향으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은 23일 숨진 채 발견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상주 역할을 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3일 문 대통령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 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같은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53일 만에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뇌물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린 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40년 지기 최순실씨와 같은 법정에 앉았으나 얼굴 한 번 쳐다보지 않았다. 자신의 혐의 또한 전면 부인했다.

국민들은 그런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TV 등을 통해 하루종일 지켜봤다.

이렇게 5월 23일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영원히 기록될 날이 됐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13년 전인 2004년 5월 13일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한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이런 탓인지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표정은 확연히 달랐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문 대통령을 정점으로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김해 봉하 마을의 8주기 추도식장에 총집결했다.

문 대통령은 추도식 인사말에서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며 ‘야, 기분 좋다’하실 것 같다”는 말로 노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

‘야, 기분 좋다’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식을 마치고 봉하마을에 오던 날 연설 말미에 “정말 마음 놓고 한마디 하고자 한다”면서 외친 말이다.

문 대통령은 또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고, 우리가 함께 꾼 꿈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라며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 사실 상 ‘집권보고’를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표정은 침통함 그 자체다.

자유한국당은 봉하마을 추도식에 당 대표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을 보냈고, 당 차원의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 대해서도 다른 당과 달리 공식 논평 없이 침묵했고, 친박계 의원들도 법원이나 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이 탄핵당해 구속되고, 재판을 받는 것 자체가 우리 헌정의 불행이고 재현되지 않아야 할 비극이다. 재판만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의 말대로 지난 23일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음미하게 하는 날이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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