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촌마을, 상품가능성 무한…부족함 채우면 보석될 것"
"제주 농촌마을, 상품가능성 무한…부족함 채우면 보석될 것"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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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① 난지형 마늘 주산지인 제주 서부지역의 한 마늘밭 풍경. 수확기를 맞았지만 많은 농가들이 인력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②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시 마을 공동홍보마케팅이 진행된 가운데 파워블러거 등이 농촌체험상품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③ 특색 있는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대구 달성군 마비정 벽화마을 모습.

[제주일보] 손 하나도 아쉽다. 해마다 이즈음엔 난지형 마늘 주산지인 제주 서부지역의 대정·안덕·한경지역은 노동력 쟁탈전이 벌어진다. 일반적으로 밭농사가 그러하지만 유독 마늘 농사는 시대에 걸맞지 않게 대표적인 노동집약형 작목이다.

대부분의 마늘재배농가에서는 인건비 때문에 더 이상 마늘농사가 어렵다고 토로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다시 마늘농사를 계속 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한다.

더군다나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난지형 마늘이 전국 생산량에서 무시하지 못 할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서 지역의 특화된 농산물로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에 구좌지역을 중심으로 제주 동부지역에서 생산되는 당근과 더불어 포기할 수 없는 작목이 돼버린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이 우리 생활 곳곳에 정착돼 최첨단의 기능들이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지만 아직 우리의 먹거리 생산을 위한 최초의 현장에서는 2차원적인 기능조차도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아니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생산자단체인 농협이 나서야 한다. 농업인이 많은 생산비용을 투입하면서 생산해 낸 결과물에 대해 시장논리를 적용한 수매가 결정과 물량 확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기계의 개발을 위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단순히 기술 개발에 대한 가성비를 우선으로 할 것이 아니라 특화된 농산물을 생산해 내는 농업인들에게 안정된 수익구조와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정부와 농업기술원에서도 이미 브랜딩 가치가 충분한 우리의 농산물을 피로감에 극도로 노출된 농업인들이 손 놓고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정치작물인 감귤 이외에도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작물에 대해서는 감귤작목에 버금가는 행·재정적인 지원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우리 농업인들이 지속가능한 영농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농협에서는 안정적인 노동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부서의 신설 또는 사업단의 구성을 통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건비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업인들에게 절대적인 도움을 주는 진정한 생산자단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주 제주시 마을활력과에서는 관내 농촌체험관광 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9개 마을(청수·저지·산양·낙천·수원·상명·명도암·송당·유수암)을 대상으로 필자가 속한 단체를 수탁사업자로 지정해 3일 동안(5월 17~19일) 공동홍보마케팅을 진행했다.

주요 포털의 ‘파워 블로거들’과 ‘폐쇄몰(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쇼핑공간)’ 운영자 그리고 여행 담당자들과 타이트한 포스팅 일정을 1차적으로 마무리 했다. 마을들과의 충분한 사전 공지와 토론을 통해 충분한 준비가 돼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워크숍을 통해 확인한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곶자왈과 제주 농촌 풍광에는 모두가 감동을 느끼고 있었지만 마을 안에서 진행되는 체험과 고객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점들을 제시했다. 또 제주관광(여행)의 질 높은 상품 개발에 대한 환경은 조성돼 있지만 그것들을 포장하는 역량과 그 상품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 형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는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들이 축적되고 개선이 전제된다면 제주농촌관광(여행)상품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농촌마을은 많은 사례를 탐구하기 위해 내륙지방의 앞서가는 사례를 견학한다. 제주시 마을만들기 워킹그룹에서도 해마다 두 차례 진행되는 사례탐구를 위해서 3년째 전국의 농촌마을과 도시공동체사례를 집중 탐구하고 있다.

올해는 전남·경남·경북의 농촌마을을 거쳐 대구광역시의 도시재생 현장을 둘러봤다. 이곳 농촌마을들에서 공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리더들의 열정이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마을의 대표직을 맡으면서 마을의 체험상품들에 대한 만족도 극대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마을에서는 가장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도시 소비자에게는 특별하다는 것이 그들이 갖고 있는 통찰력이었다.

또한 번잡하고 피곤한 체험들도 그 자체의 수익보다는 마을의 인지도 제고와 농특산물의 직접 판매 등으로 이어지는 파급효과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어서 그들의 관점과 열정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이들 마을의 철학과 자신감은 이들 지역의 지방정부와 농협의 부단한 지원과 다양한 프로모션 등에서 비롯됐다고 생각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농협에서 제시하고 마을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훈련을 한다. 또한 지방정부와 농협은 모객과 체험 사업비에 대한 지원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바람직한 형태의 모습들을 이들 마을은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경북고령의 ‘개실마을(대표 김병만)’에서는 추석과 설명절에 엿과 한과를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데 유명 백화점과 소비시장에서 대량 주문 요청이 있어도 이들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공급을 한단다. 모든 수요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업형 생산을 해도 되지만 이들은 고집스럽게 일정량만 공급한다.

“상품의 질이, 사람의 정성이 가미되지 아니한 것은 농촌상품이 아니다”라는 칠순의 마을대표의 철학이 더 많은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리라.

우리 제주 농촌마을들이 어쩌면 365일 바쁜 영농일정에 쫓겨 공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농촌체험사업들을 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본다. 절실함이 부족했고 2년 또는 3년마다 바뀌는 리더의 교체는 농촌마을에 대한 리더로서의 철학을 정립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은 아니었는지….

필자가 많은 마을들에게 격하게 당부해 왔던 수많은 사항들 중 하나는 마을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마을대표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사업단을 꾸리고 마을대표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하라는 것이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농촌마을들. 지금의 부족함이 결코 뒤처지거나 경쟁력에서 불리함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할 것이다. 그 부족함이 채워지는 순간 우리 농촌마을들은 보물섬의 현란한 보석들로 거듭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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