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 피해 솔숲 복원도 ‘격식’찾는 행정
재선충 피해 솔숲 복원도 ‘격식’찾는 행정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23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병으로 제주지역 천연 솔숲 상당면적이 초토화 됐다. 지금까지 200만 그루에 육박하는 소나무가 사라졌다. 당연히 그 많던 소나무가 잘려나간 곳은 숲의 모습을 잃었다. 제주도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6만9000그루의 소나무 고사목을 제거했다. 이어 1차 방제기간이었던 2013년 10월부터 2014년 4월까지 54만5000그루, 이어 2차 방제기간인 2014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51만4000그루를 제거했다. 제주도는 3차 방제기간인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48만4000그루를 베어냈다. 제주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28만9000그루를 제거했다.

2004년 이후 제주지역에서 재선충병과 관련해 190만 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제거됐다는 것은 그만큼의 숲이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현실적으로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됐거나 감염이 의심된 소나무를 제거하는 것은 당연한 사업이다. 그렇다면 소나무를 자르고 난 뒤 황폐화된 지역을 복원하는 것 또한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소나무가 잘려나간 곳에 자랄 수 있는 적합한 수종을 찾아내 새롭고 건강한 숲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현재까지 제주도가 시행한 대체조림 사업을 보면 2014년 4만3000그루, 2015년 6만 그루, 지난해 1만3500그루 등이다. 3년간 10만 그루가 조금 넘는 나무가 황폐화된 곳에 심어졌을 뿐이다. 잘려 나간 나무는 190만 그루가 넘는데 대체조림 된 나무는 이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대체조림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 입장에선 우선 대체조림용 나무를 구하기가 힘들고, 나아가 제주 전역 넓은 면적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조림사업을 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 이밖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얼마든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큰 틀에서, 또 장기적으로 보면 소나무 재선충병 발생지역에 대한 대체조림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를 당한 곳 가운데 상당지역은 개발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야금야금 이를 악용해 개발 사업이 이뤄진 사례들도 나타났다. 이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산림자원의 고갈뿐만 아니라 난개발로 이어져 이중 삼중의 폐단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제주도 산림당국 또한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앞으로 재선충병 방제와 더불어 황폐화된 자원자원의 복원사업을 동등한 비중으로 처리하는 정책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나무 한 그루 자른 뒤 그곳에 또 한 그루의 나무를 어떻게 심느냐고 반문하기에 앞서 한그루 베어내면 두 그루 심는다는 발상의 전환이 따라야 한다. 물론 현장에선 이 게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정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처음 시작이 망설여지고 어려울 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