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 공사인부 밥줄까지 끊어선 안 돼
2200 공사인부 밥줄까지 끊어선 안 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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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여파가 2000명이 넘는 선량한 근로자들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사업장 안전사고의 불똥이 대부분 비정규직인 공사현장 근로자들에게 튀었다. 당연히 경직된 행정처분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9일 서귀포 안덕면 소재 신화역사공원 A공사장에서 작업하던 60대 인부가 지하 2층으로 떨어서 숨지는 사고에서 시작됐다.

이와 관련,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는 지난 10일 공사현장에 대한 공사 중지명령을 내렸다. 공사가 중단되자 당장 이 곳에서 일하던 일용직 근로자 2200명의 거리에 나앉게 됐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에도 빠듯한 이들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궁지로 내몰린 근로자들은 공사 재개를 위한 탄원서를 준비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 처분청만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실정을 모를 리 없는 시공업체 또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이번 공사 중지명령은 법과 절차에 의한 당연한 조치로, 엄밀하게 보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공사 중지명령이 몰고 온 ‘후유증’을 보면 과연 이 방법이 최선책이었나 하는 의문이 따른다. 우리사회 곳곳에서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고, 또 이로 인한 부작용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당장 안전사고는 고귀한 인명을 빼앗고 나아가 이는 사회 안전 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당사자 개인은 물론 해당 업체 등에까지 엄청난 피해와 후유증이 따른다. 이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이에 상응하는 처분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감시감독업체와 시공업체 등에 대한 엄중한 책임추궁 역시 일반의 공감을 얻으려면 처분이 현장에 몰고 올 후유증도 헤아려야 하는 게 성숙한 행정이다. 이번의 경우처럼 공사중지 명령이 발동되면서 2200명이 넘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입에 거미줄 치는 상황은 누가 보더라도 ‘최선의 처분’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재제의 방법으로 시공업체 또는 감리업체 등에 대한 실효성을 거둘수 있는 처분 등 선택의 여지가 더는 없었는지 살폈어야 했다.

사고 현장에 대한 공사 중지명령은 우선은 가시적으로 ‘처분의 효과’를 가장 쉽게 확보하고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다. 관리감독청의 입장에선 당연히 최우선 순위로 선택할 수 있는 처분방법이다. 그런데 한 두 명도 아니고 2000명이 넘는 근로자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만은 피했어야 했다. 노동청은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과 근로자의 권익보호,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 개선 등을 지향하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일용직 현장 근로자들의 대규모 근로중단을 초래한 이번 처분이 최선책이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조차 빠듯한 2000여명의 넘는 현장 근로자들은 시킨 일을 했을 뿐 죄가 없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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