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치유와 평화를 위한 트라우마의 사회학
마음의 치유와 평화를 위한 트라우마의 사회학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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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한.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사회학박사

[제주일보]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일로 마음의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일상을 보내곤 한다. 물론 그 아픔과 상처의 정도는 원인·진행 과정 및 결과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마음의 슬픔과 아픔은 육신과 정신․심리적 상처와 장애로 남아 한 사람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해방 이후 국가 폭력이 개입된 백색테러·암살·민간인 학살·고문·민간인 사찰·불법체포·감금·조작간첩사건·사법 살인·의문사·노조 탄압 등으로 희생된 당사자와 유가족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육체적·정신적․심적 고통과 상처는 평생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란 한 개인 혹은 집단에게 ‘극심한 공포, 무력감, 고통이 동반되는 자기 혹은 타인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상해, 신체적 위협을 주는 사건’으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국가 폭력의 물리적 힘이 죄 없는 개인 혹은 집단을 대상으로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사용된 결과로 나타나는 트라우마는 그들에게 불신, 침묵, 무력감, 격분 등의 심적 고통과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증 및 약물 남용 등을 초래한다.

예컨대 제주사회에서도 국가 폭력에 의한 사회적 트라우마 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 바로 4․3이다. 지난 달로 69주년을 맞이한 4․3은 제주의 현대사에서 가장 전형적 사회적 트라우마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폭력에 의해 발생한 4․3으로 희생된 당사자와 유가족의 고통과 상처는 오랜 세월 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져 통한(痛恨)의 세월 속에 치유 받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의 그동안 일련의 가시적 조치(특별법 제정, 진상보고서 발간, 4․3평화공원 조성, 4․3평화재단 설립 및 운영, 대통령의 공식 사과,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 사업 추진, 국가 추념일 지정 등)에도 불구하고 4․3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의 육신과 정신적 고통과 아픔이 가시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사회적 트라우마는 기억의 병이면서 동시에 한숨과 체념 그리고 침묵의 언어로 체화되어 통한(痛恨)으로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건드리면 폭발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국가폭력에 의한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방안은 없을까? 먼저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치유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트라우마 치유 허브센터 설립 및 운영이 적극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센터의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는 확고한 책임과 실천 역량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가폭력의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역공동체가 희생자와 피해 유가족들에게 그동안 보였던 침묵·무관심·사회적 격리와 배제에 대한 반성을 보이고, 진정한 사과와 화해의 태도 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일은 일회성 이벤트 행사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사회적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의 회복과 삶의 안정, 그리고 마음의 병이 치유될 수 있도록 수요자 맞춤형으로 상담·진단, 재활하는 치유 프로그램의 개발과 지속적 운영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트라우마 치유 관련 전문인력양성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넷째, 사회적 트라우마 치유는 원인 제공자인 국가의 뼈아픈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가폭력 행사가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조치들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국가폭력에 의한 사회적 트라우마 치유는 피해자인 희생자 및 유가족이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 그리고 이에 따른 보상도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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