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체육 積弊(적폐), 이 기회에 청산하라
제주시 체육 積弊(적폐), 이 기회에 청산하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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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공직자는 일반 시민에 비해 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최일선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세가 흐트러지면 일반 시민에 미치는 폐해는 누구보다도 크고 무거운 이유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근래 일부 공직자들이 불미스런 비리 행태 때문에 시민들이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가 발표한 제주시 전·현직 공무원들과 생활체육회 직원들의 비리 사건에는 공직사회의 별의별 해괴한 행태가 가득하다.

우선 제주시 운동경기부 운영 및 체육 육성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강모씨. 이 사람은 생활체육 감독인 홍모씨와 최모씨 개인 계좌로 45차례에 걸쳐 생활체육대회 출전비와 전지훈련비를 부풀려 5억5000만원 정도를 지급한 뒤 그 중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3380만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강씨는 홍씨가 구입한 승합차량 할부금을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월 60만원씩 모두 2390만원을 역시 공금으로 물어줬다고 한다. 그뿐인가. 해외 전지훈련을 간다고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해 시 예산 1880만원을 타내서 체육 지도자들에게 해외여행 여비로 쓰라고 찔러주기도 했다.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은 강씨의 직속상관 강모 계장이다. 이 사람은 전지훈련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홍씨로부터 전지훈련비 가운데 500만원을 상납 받았다는 것이다.

제주시의 담당 공무원들이 이렇게 먹자판이니 생활체육회 직원들이라고 안 먹을 수 있나. 홍씨는 전지훈련비와 대회 출전비 가운데 3950만원을 가로채 꿀꺽하고, 또 다른 감독도 286만원을 먹었다고 한다. 생활체육회 여직원 한모씨도 제주시 보조금이 오자 스포츠 용품을 산 것처럼 속이는 방법 등으로 1300만원을 먹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고 물밑엔 그 몇 배 몇 십배의 비리가 똬리를 틀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보기에 이 사건은 뭔가 석연치 않다. 더 큰 문제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 당시의 시장과 부시장·국장·과장·계장 등이 강씨 등이 예산을 타내기 위해 허위 공문서를 내고 공금을 횡령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결재’ 해 사실상 범행을 공모하거나 방조했다고 밝혔다. 만약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당시 제주시 공무원들은 위아래 모두가 횡령범, 그리고 공모자 방조자라는 얘기다.

우리는 경찰의 발표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고경실 제주시장은 부끄럽겠지만 사건의 경위를 도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철저한 사후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떤 불가피한 일이 있었기에 당시에 시장·부시장·국장·과장·계장·담당자가 모두 굴비 꿰이듯이 연루됐나? 묵묵히 일하는 청렴한 공무원들을 위해서라도 청산해야 할 적폐(積弊)가 있다면 이 기회에 청산하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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