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촌, 대한민국 최고 힐링상품"
"제주 농촌, 대한민국 최고 힐링상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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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① 만개한 감귤 꽃 향기가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하다. ② 도로 변에 함부로 자라 처리곤란한 개민들레꽃마저도 지나는 이들에게는 제주의 자원인 것처럼 보여진다. ③제주지역 농촌마을에서 치러지는 어버이날을 겸한 경로잔치. 지역주민과 출향인사, 정착이주민 모두가 하나가 되는 날이다.

[제주일보] 신록은 점점 짙어져 녹음방초를 이루고 농촌의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짐을 느낀다. 양지바른 감귤원에는 이미 만개한 감귤 꽃의 농염한 향기가 꽤 넓은 공간에 퍼져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기분 좋은 향을 만끽하게 한다.

대선 하루 전인 지난 8일 어버이날, 제주도내 농촌마을들 거의 대부분이 이날 하루는 1년 중 허락된 농촌마을만의 공휴일이다. 경로잔치를 겸한 어버이날 행사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주민들이 모여 마을회관이나 노인회관 등에서 푸짐한 음식들을 준비하고 하루를 즐긴다. 뿐만 아니라 고향을 떠났던 출향민 그리고 새로운 터를 잡은 정착이주민들이 하루를 함께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날은 조금 술에 취해도 용서가 되는 날이다. 그래서 우리네 농촌은 선택된 공간이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중단됐던 대한민국의 국정이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지난 5개월 동안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초유의 사태를 우리 국민들은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했고 또한 기다릴 줄 아는 대단한 민족임을 만방에 떨쳤다. 위기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을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삼고 힘을 모아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우리의 가능성과 저력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고 생각된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 것이 지난해 국정농단의 사실들이 양파껍질 벗기듯이 노출되면서 한없이 부끄러웠던 마음이 이제 극복해 내었다는 자부심으로 바뀌고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았다.

다만, 조금 우려가 된다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핵심공약 10대 과제 중 우리가 지키고 가꿔야 할 농업·농촌에 대한 제시는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선 때마다 농업·농촌에 대한 후보자들의 공약은 우리에게 많은 기대감을 주게 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후순위로 밀렸거나 아니면 크게 부각되지 못함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가 무너지고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출범하고 FTA(자유무역협정)가 국가경영에 대세를 이룬 시점부터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리네 농업·농촌이 단순히 표밭의 숫자에 불리함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갖고 있는 가치에서도 밀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버릴 수가 없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 유럽 각국들은 주요 도시와 산업시설들이 파괴됐다. 이들 나라는 그것들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농촌지역의 극심한 이농과 탈농을 우려했고 농촌공동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주민들의 노력은 물론 행정적·정치적인 뒷받침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오늘의 유럽 국가들이 농촌의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고 그것이 국가경쟁력이 됐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도시 소비자, 행정가, 정치가들이 농촌의 가치를 일순간도 놓치지 않도록 농촌·농업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우리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제주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어 우리네 농촌마을에 큰 힘이 보태질 것 같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제주시 각 읍·면 농촌마을에 진행됐던 사업들에 대해서 그 가치를 복원하고 이용률을 극대화함은 물론 더 나아가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소득 증대를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기획 또는 프로모션하기 위한 계획들을 마련하고 있음은 무척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시내 농촌체험관광을 진행하는 마을들을 대상으로 그 가치와 차별성을 소비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노출시키기 위한 공동 홍보마케팅 사업을 진행하게 되며, 최근에 대세를 이루고 있는 ‘팟 캐스트’(인터넷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한 농촌과 농업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를 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나아가서 지역 관광상품과 연계한 농촌관광상품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행정력이 투입되는 것을 보면서 이제 제대로운 농촌상품들이 대한민국의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가 어깨에 힘을 들어가게 만들 것 같다.

다만, 필자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하게 피력했던 것처럼 대한민국 최고의 힐링상품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네 농촌마을들이 농촌상품 공급자로서 끊임없는 노력과 역량 강화로 소비자들에게 감동과 만족을 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함이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많은 행정력·재정력이 투입되더라도 우리가 준비돼 있지 아니하면 오히려 그 사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불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한 노력들을 부단하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들은 단지 우리의 생활일 뿐이라고 무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흔히 얘기하는 ‘겨울의 3한4온’, ‘고사리 장마’, ‘4월 초파일에 날씨가 좋으면 참깨 농사가 잘된다’ 등등…. 농촌에서는 일상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3한4온은 실종된 지 오래고 이상기온, 폭설과 집중호우, 혹한과 혹서 등 경험해 보지 못한 경우들이 우리를 당황케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런 것들이 누적돼서 농촌과 농업에 역량을 쌓아가게 되는 것이다.

항상 이 시기가 되면 필자가 초등학교 4학년 때(50년 전) 웅변경연대회에 참가해서 성대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 가는 목소리로 주먹을 불끈 쥐고 탁자를 쳐가면서 외쳤던 그 때가 생각이 난다. 웅변 제목은 ‘5000년의 역사도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5년이 더 중요하다’였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에서 정가·행정 그리고 우리 농촌마을에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할 주제가 아닌가 싶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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