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공연을 위해서
좋은 공연을 위해서
  • 송현아 기자
  • 승인 2017.05.09 2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송현아 기자] “공연을 보고 온 부모님이 화가 많이 났습니다.”

기자는 얼마 전 한통의 제보메일을 받았다. 제보자는 어버이날 선물로 15만원을 들여 지난 6일 열린 유명 연예인의 제주콘서트 티켓 2장을 구입해 부모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7시 시작된 공연은 예정됐던 2시간의 절반 가량만 진행하고 끝났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와 기획사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한다.

기자는 콘서트를 주최한 기획사에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기획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보는 공연은 보통 1시간30분으로 진행한다. 이날 공연도 예정된 곡은 다 부른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 공연이 일찍 끝난 것은 출연진이 시간을 착각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기자는 비슷한 상황들이 더 있는지 도내 주요 공연장의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며칠 전 자녀와 함께 어린이 연극을 보러간 도민이 겪은 황당한 사연을 만났다. 이 관람객은 2층에서 연극을 본 후 막이 내리자 포토타임에 맞춰 자녀와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공연관계자는 “2층 관람객은 포토타임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티켓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모처럼 자녀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간 마음이 어땠을까.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유명연예인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또 같은 공연이더라도 제주도에서는 티켓 가격이 더 높다.

도민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기회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모처럼 찾아온 ‘고급진’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담을 감수한다.

공연장에서 당하는 황당한 상황에 더 화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모님을 위해 큰맘 먹고 티켓을 선물한 제보자와, 유명연예인을 보러간다는 기대를 안고 콘서트장을 찾은 부모님의 마음이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관람객들에게 좋은 공연이란 어떤 것일까.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되는 완벽한 공연은 아니어도 공연자들의 진심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공연장을 찾는다.

송현아 기자  sha@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