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와 제주경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제주경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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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철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제주일보] 자율주행차를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 A씨는 자택인 서귀포에서 직장인 연동까지 약 50분 동안 운전대에서 손을 놓은 채 편안한 자세로 앉아 음악을 듣기도 하고 창 밖을 응시하며 오늘 써야 할 보고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A씨는 직장에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자택의 조명, 냉·난방, 출입문 개폐, 방범 및 화재 경보 등 집 안의 모든 전자기기를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머지않아 이런 일들이 우리의 일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화두중의 하나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일 것이다. 국내외 주요 미디어들은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사를 매일 쏟아내고 있다.

1차·2차·3차 산업혁명이 기계화·자동화·정보화를 의미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의 융복합을 뜻하는 것으로 산업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오고 개개인의 삶의 방식도 크게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핵심 의제로 채택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개최된 이세돌·알파고 간의 바둑 대결을 계기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대선 과정에서도 주요 후보자들이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핵심 경제공약으로 4차 산업혁명을 제시하고 있으며 여러 지방자치단체들도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제주 경제는 2010년 이후 국내외 관광객 급증과 건설경기 호황 등에 힘입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5%대의 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금년 들어 사드배치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다. 또한 최근 2~3년 사이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아 제주로 이전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한때 활발하던 기업 유치도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앞으로 사드 관련 갈등이 완화되면 중국인 관광객도 다시 돌아오겠지만 제주지역에서 예전과 같은 높은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 경제가 외부 충격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면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귤과 관광산업 위주의 취약한 산업구조 하에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기 어려우며 국내외 환경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제주도의 낮은 소득 수준과 인재의 외부 유출도 이러한 산업구조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눈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제주에 적합한 미래 전략산업을 선택하고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과감한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이 실시간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상 전통 제조업과 달리 입지 여건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섬이라는 제약 요인이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청정 제주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연구 단지 조성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기술발전의 속도를 감안할 때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까운 미래에 제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업가가 탄생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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