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민주주의
선거와 민주주의
  • 제주일보
  • 승인 2017.05.0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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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만세를 도모하지 않는 자는 한 시기를 도모하지 못하며, 전체를 도모하지 않는 자는 어느 한 부분을 도모하지 못한다. (不謀萬世者, 不足謀一時, 不謀全局者 不足謀一城)” 청나라 진담연(陳澹然)의 ‘침언이천도건번의(寢言二遷都建藩議)’에 나오는 말이다.

민주주의의 한계를 알아야 민주주의를 소생시킬 수 있다. 중국학자들이 지혜로운 정부와 어리석은 정부를 구별하는 기준이다. 지도자 한 사람의 힘만으로 민주주의가 소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소생시키기 위한 중요한 출발이다.

‘정당’에 대한 서구와 중국의 인식 차이도 존재한다. 중국에는 서구와 같은 ‘파티(party)’ 개념이 없다. ‘당(黨)’이란 ‘어둠’(黑)을 ‘숭상’(尙)한다는 의미이다. ‘당’을 주로 사적인 이익을 위해 편당 짓는 것 즉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 즉 편(偏)의 의미로 해석한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군자는 무리를 이루어도 편당을 짓지 않는다(君子群而不黨).”

그렇다면 당을 선택하는 선거는 항상 민주주의적인 것일까? 북한에도 선거제도는 존재한다. 북한의 선거는 지방의 인민위원을 뽑는 지방선거와 최고인민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17세 이상의 인민에게 있다. 선거 후보자의 경우 해당기관에서 기획을 하고 중앙당에 따라 결정되는데 일반 국민은 이를 알 수 없다.

프랑스에서 공화국이 자리를 잡나 하는 시점에 나타난 이가 나폴레옹 3세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조카로 시골 노인네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황제 자리에 올랐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나폴레옹 3세의 추태를 끝으로 프랑스에는 더 이상 군주를 세우자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아돌프 히틀러는 지금은 부당한 권력의 상징처럼 거론된다. 유대인을 학살했고 장애인들을 학대했다.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었다. 히틀러는 결코 무력으로 권력을 잡은 것이 아니다. 히틀러는 선거를 통해 독일의 권력자가 됐다. 가장 뛰어난 제도라고 알고 있는 민주주의 선거제도는 어떻게 히틀러 같은 독재자를 낳게 된 것일까?

투표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1972년에 제정되어 유신체제의 근간이 된 유신헌법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1조 2항에 나온 주권자에 대한 규정이다. 한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유신헌법이 국민투표에서 91.5%의 찬성률로 통과될 때는 마을이장들이 뿌린 막걸리와 고무신이 맹활약을 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대통령 긴급조치를 통해 헌법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것 자체가 범죄로 규정되었다. 국민은 직접 정치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없고 오직 투표나 청탁을 통해서만 정치에 관여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 어느 줄에 서느냐가 ‘정치’가 된 셈이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선거는 투표하는 순간만 우리가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 민주체제란 그토록 열망해서 피를 흘리고 얻은 것이기에 소중하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체제의 단점에 대해서는 많이들 토론하지 않는다.

왜 우리가 뽑은 지도자는 우리를 배반하고, 왜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만 보고 나라를 운영하는지 등등 민주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 중국지식인 사회에서 제기하고 있는 선거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소생시키기 위한 지적·실천적 노력에 타산지석의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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