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학교가 운동회도 못 한다니
미세먼지로 학교가 운동회도 못 한다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0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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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학교 선생님들은 하루를 미세먼지 예보를 보는 일부터 시작한다. 운동장에서 실외 수업을 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는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일선 학교에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81㎍/㎥) 이상이면 야외수업을 자제하고, 주의보(150㎍/㎥)·경보(300㎍/㎥)가 발령되면 실외 수업 단축 또는 금지, 마스크 착용 등을 조치토록 했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한걸음 더 나아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81㎍/㎥) 이상이면, 예비주의보를 발령해 일선 학교의 체육수업을 비롯한 야외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의 측정 결과 올해 3~4월의 제주지역에서 미세먼지 예비주의보 이상 발령 회수가 63회나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1차례보다 5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내 학교는 3~4월 중에 상당히 많은 날이 실외수업 등 야외활동이 제한됐다. 문제는 일선 학교가 5월부터 운동회, 소풍 등 각종 야외 행사를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지면 준비된 일정을 취소해야 하는 등 일선 학교의 학사 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들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대체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해당일에 미세먼지가 짙어지면 실외 행사를 체육관 등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이다. 비도 오지 않는 멀쩡한 날에 실내에서 행사를 진행하자니, 학생들이나 선생님 모두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체육관이 있는 학교는 실내 행사라도 할 수 있어서 낫다.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야말로 미세먼지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욱이 최근 미세먼지에다 꽃가루까지 겹치면서 대기가 온통 뿌연 날이 많아져서 걱정이다.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이 찬란한 5월을 대기오염 때문에 아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없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미세먼지는 학교와 학생 뿐만 아니라 국민생활 전반에 불편을 주고 있다. 5·9 대선 후보들도 방지대책이란 것을 발표했다. 문재인 후보는 석탄 화력발전소 감축 등 1차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또 학교내 미세먼지 알리미제도 도입, 선진국과 WHO 권고수준에 걸맞은 미세먼지 환경수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도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에 포함해 관리하겠다고 공약했다. 홍준표 후보 등도 미세먼지 관리와 국민건강을 공약했다.

그러나 공약들이 1회성 립서비스 같고 근본 해결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다.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같은 안구 및 피부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고 하니 도민들이 주의해야겠다. 미세먼지는 우리나라가 처한 가장 심각하고도 당면한 기후환경문제다. 5·9 대선 후 새 정부가 국가차원의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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