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사람대접 받는 나라'가 되려면
'장애인도 사람대접 받는 나라'가 되려면
  • 제주일보
  • 승인 2017.04.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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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19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왔다. 후보들은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도 요란한 장밋빛 공약을 쏟아냈다. “장애인도 사람대접 받는 나라”, “500만 장애인과 그 가족의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직속 장애인특별위원회 설치”…그러나 정작 장애인들이 참정권을 행사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현실과 괴리가 꽤 큰 탓이다.

헌법 제13조 제2항엔 “모든 국민은 참정권을 제한받지 아니한다”, 제24조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대전제 아래서다. 공직선거법 제6조에는 “노인·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선거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필요한 대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 뿐인가.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사회참여를 실현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지켜지도록 하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 법이 금지하는 차별 유형에는 정당한 이유없이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직접 차별’ 뿐 아니라 장애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불리함을 주는 ‘간접 차별’도 포함된다.

하지만 장애인 유권자의 투표권은 여전히 미흡하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상임대표 고현수)에 따르면 도내 전체 투표소 230곳 중 장애인들이 투표하기에 부적합한 곳이 55개소에 이른다. 투표소가 많이 설치된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의 경우 내부에 턱이나 계단이 설치된 경우가 많았고, 계단에 간이 경사로를 가파르게 설치해 장애인 혼자서 이동하기가 불가능한 곳도 많았다. 관련 법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장애인들에게는 절망에 가까운 높디높은 문턱이 아닐 수 없다.

투표소 상황이 이런데 일상에서 마주쳐야 하는 장애인들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보행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의 장애인들의 삶을 비장애인들이 과연 얼마큼이나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이런 조사라도 하는 곳이 있다는 게 발전이라면 발전이라고 위로 받아야 하나?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면 할수록 좋은 사회라는 것은 두 말이 필요없다. 반대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비용부터 따지는 세상이야말로 품격이 없는 사회다. 참정권은 국민의 기본 권리다. 비록 사회적으로 제도화하거나 의도한 차별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 또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5·9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촉박하게 진행되는 탓에 준비기간이 짧아 장애인의 접근성 확보와 편의시설이 과거보다 촘촘히 준비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제주도선관위와 제주도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참정권 행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남은 기간 꼼꼼하게 시설을 체크하고 보완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장애인들이 편의시설 미비로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도 사람 대접받는 나라’가 되려면 우선 참정권이 평등해야 한다.

제주일보 기자  jini@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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