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무얼 보고 선택하라는 건지
대선, 무얼 보고 선택하라는 건지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7.04.2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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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스스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5월 9일 장미대선’으로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어느덧 12일의 시간만 남겨두고 있다.

사상 초유의 조기 선거로 치러지는 만큼 이번 선택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가 운영시스템을 무너뜨린 국정농단 사태에 성난 ‘촛불 민심’은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 광장에서 타오르면서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냈고, 이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자신하는 15명의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을 골라야 하는 선택의 시간을 맞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분명한 건 국민들 스스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파국을 감수한 갖가지 감정의 상처 속에서 ‘이번에는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선택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종반전으로 치닫는 대선 레이스와 유력 후보들의 TV토론 등을 보면서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조기 대선을 바라보는 민심과 후보들의 눈높이가 다르고 엇갈리면서 최선의 선택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인물과 정책,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선택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이자 원론적인 입장들이 쏟아져 나온다.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국민들의 선택이 사회와 국가의 존망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까지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을 갖고 있으니 제대로 보고 판단하고 참정권을 행사하는 게 국민의 도리이자 책임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도리와 책임을 말하기 전에 국가와 지역을 책임지겠다는 후보들은 도리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3차례 진행된 대선 TV토론은 사실상 ‘네거티브 및 흠집내기 공방전’으로 흐르면서 후보 간 정책 비교와 자질 검증을 기대한 국민들의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나마 지난 25일 진행된 4차 TV토론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시간적 제약 등으로 국민들이 후보별 정책 차별성을 체감하고 미래 비전을 확인했을지는 의문이다.

제주 지역 공약과 관련해서는 의문이 더욱 커진다. 특히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더욱 그렇다. 투표일 12일이 남은 현재 시점까지 직접 제주를 찾아 공약을 발표한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27일 방문 예정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을 꼽을 수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아직까지 제주 방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직접 구상하는 제주 공약이 무엇인지 되묻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촉박한 선거 일정 때문이라면 할 말이 없다. 상대적으로 다른 광역 시도에 비해 유권자가 적어서 외면한다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본지가 대선 민심탐방 기획으로 보도 중인 ‘우리는 유권자’ 취재에서 만난 일부 유권자들은 “무얼 보고 선택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충분히 이유 있고 일리 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촛불 민심은 ‘새로운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지만 현재 대선 레이스를 보니 “뭐가 달라진 거냐”며 정치에 대한 불신감과 냉소적인 시각이 깔려 있는 분위기다. 때문에 대선 후보들을 놓고 “과연 믿을만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게 들린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는 얘기도 곳곳에서 나온다.

이미 늦었지만 남은 해법은 ‘신뢰’와 ‘믿음’이다. 후보들은 남은 기간 국민들에게 ‘진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한 확실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들에게도 나름대로 제대로 참정권을 행사했다는 위안을 줄 수 있다. 결국 선택은 국민 유권자의 몫이지만 미래의 대통령은 국민 유권자들에게 최소한 성심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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