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론'…중우정치를 경계해야
'소크라테스의 변론'…중우정치를 경계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26 17: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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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제주국제대학교 특임교수 / 국제정치학 박사

[제주일보] 민주주의체제는 다수결을 존중하는 제도이지만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다수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다면 대의민주주의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을 잘 반영하면서 다수의 의견을 실현하는 것일 것이다.

어리석은 다수의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변론’이다. ‘30인 과두제’를 몰아내고 수립된 민주정치 체제에서 억울하게 고소를 당한 소크라테스는 시민법정에 출두하여 당당하게 자신을 변론하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당당하게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였던 내용을 기록한 것이 ‘소크라테스의 변론’이다. 고소를 당한 소크라테스가 오만하게 여겨질 정도로 당당하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 것은 대중이 그의 논리 정연한 변론을 듣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그의 태도에 상관없이 그가 무죄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은 소크라테스의 예상과 달리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소크라테스는 왜 사형판결을 받아야만 했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당하게 된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크라테스가 고소당한 당시의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참패한 상태였다. 소크라테스의 행보는 전쟁 후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가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대중의 감정을 이용하고 영합하는 정치가들을 비판하였다. 소크라테스에게 비판받은 이들은 그에게 언젠가는 보복을 하리라는 앙심을 품었을 것이다. 옳은 비판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오히려 경원시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저명인사들을 만나서 그들의 무지를 깨우쳐 주었다.

이는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누면서 모욕감을 느꼈고 그에게 앙심과 반감을 품게 되었다는 뜻과 다름 없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반감을 배경으로 문학계를 대표하는 비극작가 멜레토스, 정치가인 아니토스, 교육계를 대표하는 변론가 리콘 등이 소크라테스를 고소했다. 그들은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신들을 부정하고 다이몬이라는 새로운 신을 믿으며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고 주장하였다. 자신이 정당하다고 믿은 소크라테스는 오만할 정도로 당당하게 자신이 무죄라는 변론을 하였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재판 배심원 중 과반수가 소크라테스의 유죄를 인정하였으며 독미나리에서 채취한 독이 담긴 독배를 마시라는 사형선고를 하였다.

이 재판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기록했던 플라톤은 대중의 우매함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으며 민주정치제도의 단점인 중우정치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최후를 목도하면서 플라톤 자신도 정치계에서 모략을 당하여 언제 어떻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정치인을 꿈꾸었던 플라톤은 결국 정치계에서 떠났으며 정치지도자는 이상적인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철인정치(哲人政治)’를 주장하게 된 것이다.

권력이 대중에게 주어진 민주제는 ‘어리석은 대중’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큰 재앙을 가져오게 된다.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중의 어리석음을 이용하지 않도록 개개인은 이성적인 사고로 현명히 판단해야 한다. 국민 구성원 개개인의 수준이 그 나라의 정치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정치가 엉망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개개인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가짜뉴스는 중우정치를 조장하게 된다. 유권자들이 사실에 근거한 올바른 판단을 내릴 때 중우정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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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ship 2017-04-28 18:18:50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현명한 판단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훌륭한 칼럼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