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물질 만나는 남원포구…'애향심' 높은 위미엔 동백 가득
해녀물질 만나는 남원포구…'애향심' 높은 위미엔 동백 가득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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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집의 올레이야기-16. 올레 제5코스(남원포구~쇠소깍다리) -남원포구~조배머들코지(7㎞)
미역을 따고 와 옮기는 해녀 가족

[제주일보] #미역 물질 모습과 문화의 거리

남원포구 방파제에 그려놓은 익살스러운 그림의 배웅을 받고나서 해녀탈의장을 지나는데, 작은 포구에서 낯익은 풍경을 만났다. 미역을 따다 망사리에서 퍼내어 컨테이너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팔순이 돼 보이는 아저씨에게 미역해경은 언제 했느냐 물으니, 미역이 많이 나고 김매기에 바쁜 시기에는 일찍 해경을 했지만, 지금은 물이 따뜻해져야 한다는 대답이다.

백화현상으로 미역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할 만큼은 난다고 했다. “수고하세요” 인사를 하고 돌아서 해녀탈의장을 봤는데, 수많은 테왁이 그대로 놓여 있다. 그만큼 해녀의 수가 줄었고, 수입이 예전만 못해 작업을 안 하는 것이다. 바다에 떠있는 테왁도 열 손 가락 안이라 서운한 감정을 누르며 얼른 그 자리를 뜬다.

남원 어촌체험마을 방문자센터 조형물을 지나자 ‘문화의 거리’가 나타난다. 해안도로를 따라 철책 대신 세워놓은 구조물에 시를 비롯한 좋은 글들을 써 붙였다.

‘남원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조성한 것인데, 법정 잠언집의 글도 있고, 한시는 물론 한용운 시인에서부터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안도현 시인의 시를 비롯해서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글까지 골고루 갖췄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풍광, 남원 ‘큰엉’

신영박물관이 들어서고 산책로가 생기면서부터 이름나기 시작한 큰엉은, 올레길로 이어놓으면서 유명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엉’은 ‘절벽 밑이 안으로 파여 굴처럼 된 곳’을 뜻하는 제주어다. 동쪽 입구 구럼비로부터 서쪽 끝 황토개까지 2.2㎞에 이르는 15~20m의 절벽 위 나무가 우거지고 전망이 좋다 보니,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곳곳에 쉼터를 마련했고, 호랑이 머리를 닮은 ‘호두암’과 젖꼭지를 닮은 ‘유두암’, ‘한반도 지형’이 나타나는 숲길 등 호기심 끌만한 곳도 많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에 있지만 덥고 습한 지역이어서 상록활엽수들이 우거졌다. 눈에 띄는 수종으로는 보리밥나무가 있고, 그 사이에 소나무와 사철나무, 우묵사스레피, 돈나무, 아왜나무, 천선과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까마귀쪽나무가 이어진다. 신영박물관에서 심어놓은 야자수와 협죽도 등도 섞였는데, 지금 산철쭉 꽃이 한창이다. 햇빛이 비치는 곳엔 장딸기가 하얗고 큰 꽃을 자랑한다. 어느 일몰의 시각에 해국을 보러 왔다 만났던 석양을 떠올리며 천천히 걷는다.

 

#아름다운 위미 해변길 그리고 신그물

남원을 지나 위미땅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탁 트인 바다에 면한 시골길이다. 곳곳에 핀 들꽃들…. 갯무 꽃이 화려하고 곳곳에서 염주괴불주머니 꽃도 만난다. 이제 4월도 하순, 허연 씨방을 이고 있는 민들레를 보며, 이곳 위미 출신 고정국 시인의 시를 떠올렸다.

‘빗물만 마시고도 원망 한 번 않고 사는/ 낮은데 살면서도 웃음 한 번 잃지 않는/ 봄여름 가을겨울이 나를 둘러 오리니// 하여 ‘들레’네 식구 그 행복을 배우리라/ 빗물 반 그늘 반 멸시 반 배고픔 반/ 붕하고 하늘로 뜨는 그 씨앗을 보리니’ -고정국 ‘민들레 행복론’ 부분

위미 마을의 자랑 ‘신그물’을 지난다. 깨끗하고 풍부한 수량으로 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소중한 용천수다. 지금은 소나무 그늘과 잔디밭, 그리고 포구를 잘 정비해 놓아 피서지로 각광 받고 있단다.

 

#수산연구소를 지나 동백마을로

얼마 안가 호젓한 곳에서 수산연구소를 만났다. ‘제주수산연구소 미래양식센터’라는 간판이 퍽이나 호감이 간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제주 주변(동중국해) 어업자원 관리 및 해양생태계 변화 연구, 넙치 양식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 중심 연구, 미래 대응 중요 종 보존 및 양식 기술개발’ 등을 하고 있단다. 섬에서 가장 필요하고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기관이란 생각이 든다. 많은 노력을 해 앞으로 맛있고 영양가 있는 해산물을 많이 생산하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기서부터 잠시 해변을 떠나 마을로 오른다. 밀감과수원 사이를 지나자 도 기념물 제39호 위미동백나무 군락이 나타났다. 겨우내 나무를 벌겋게 물들였던 꽃은 이미 지고, 작은 열매만 달고 있다. 열일곱의 나이로 이 마을에 시집온 현맹춘 여사가 근검절약으로 모은 돈 35냥으로 황무지를 사들여 개간해 농사를 짓게 되었는데, 해풍을 막기 위해 심은 동백나무가 잘 자라 이렇게 번성했단다. 같은 남원읍 신흥2리에도 이 비슷한 동백나무 숲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열매를 이용해 기름을 짜는 등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쪽 남원이나 서귀포 지역에서는 꺾꽂이로도 잘 자라서, 가는 곳마다 동백나무 군락을 볼 수 있다.

 

#위미리의 자랑 조배머들코지

동백 숲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 다시 해변으로 길이 이어진다. 감귤과수원과 농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마당을 가꿔 분재를 들여놓은 모습에서 여유로움을 느낀다. 세천포구에 이르러 다리를 건너면 게스트하우스들이 모여 있는데, 그 이름들이 한 번 들렸으면 싶도록 정감이 간다. 조금 더 가다보면 험한 바닷길을 걷는 코스와 큰길까지 나갔다가 오는 코스로 잠깐 나뉘었다가 합쳐진다. 해안은 흘러온 용암이 그대로 굳어져 바다 깊숙이 펼쳐진 모습으로 일대 장관을 이룬다.

다시 마을에 들어서서 조금 더 간 곳에 위미리의 자랑 ‘조배머들코지’가 있다. 위미항 한켠에 자리 잡은 독특하게 생긴 바위무더기를 마을사람들이 잘 가꾸어 소공원으로 꾸몄다. 여기 소개하기에는 너무 길어 생략하지만, ‘고향 발전과 마을 사람들의 안녕, 또 후예들의 번창을 바라는 간절한 충정을 후세에 전하기 위하여 비를 세운다.’는 절절한 사연에서 애향심을 배운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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