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부서’ 중시 공직인사, 지금껏 뭘 했나
‘현업부서’ 중시 공직인사, 지금껏 뭘 했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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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전성태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공무원 인사와 관련, ‘성과와 현업부서’를 강조 했다. 전 부지사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하반기 인사 가점기준은 성과‧능력 위주로 제도 개선과 예산 확보, 현업부서 등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 순”이라고 말했다. 전 부지사는 이어 “보고하고 깨지면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과 가만히 앉아있는 직원이 같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 부지사는 또 최근 빚어지고 있는 일련의 공무원 범죄를 의식한 듯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공무원에게는 관용이 없다”고 경고했다. 전 부지사는 이어 “기획부서 등에 인재가 몰려 있어 앞으로 사업 부서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전 부지사의 지적은 ‘인사의 명심보감’이다. 지금 제주도 인사·조직 시스템의 문제는 전 부지사 지적대로 ‘우수인력’으로 지칭되는 직원들의 이른바 실세부서 쏠림이다. 이는 양대 행정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때문에 승진인사를 보면 이들 실세부서가 싹쓸이하고 이른바 격무부서로 지칭되는 현업부서는 들러리 되기 일쑤다. 행정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행정서비스의 수혜자인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나아가 이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 발품 파는 읍·면·동을 중심으로 하는 현장직원들은 소외된다. 역대 제주도정이 공무원 인사를 하면서 전 부지사가 강조한 성과와 현업부서 또는 격무부서 중시 약속을 밥 먹듯 했지만 실제 인사발령장으로 옮겨진 경우는 드물다. 어쩌다 격무부서 또는 읍·면·동에서 일하는 직원이 승진하거나 인사에서 우대를 받으면 이게 ‘기사’가 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도와 양대 행정시 직원들은 다음 인사 때 누가 승진 대열에 합류하고, 나아가 차차기 인사 때 승진서열을 꿰차는 ‘자리’가 어느 곳인지 손금처럼 파악하고 있다. 무언의 약속처럼 그 자리에 앉은 직원은 다음에 승진 등 인사에서 우대를 받는다. 인사와 기획부서 또는 국(局) 주무부서 자리에 앉은 직원들이 인사에서 우대 받는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물론 이들이 ‘고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우대는 제주특별자치도가 펼치는 행정의 수혜자인 도민들을 위해 현장에서 뛰는 조직원이 아니라, 조직의 내부 즉 눈에 띄는 곳에서 윗사람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완장 찬 직원’을 우대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전 부지사가 작심하고 인사에서의 ‘현업부서’를 역설했다. 당장 올 하반기 제주도와 양대 행정시 인사를 지켜보겠지만, 지금의 시스템으로 볼 때 전 부지사의 ‘공약’이 이행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당사자인 공무원을 포함하더라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지금의 제주도정에서 조차 ‘윗사람을 위한 충성’ 보다 ‘아래 도민을 위한 충성’을 선택할 수 있는 역발상을 기대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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