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김현종 기자]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이 최근 경쟁관계인 김해 신공항의 기본계획 수립 용역 발주로 자칫 조기 개항은커녕 당초 목표인 2025년 개항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도민 갈등으로 넉 달째 발주가 지연되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김해 신공항은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 후 열흘 만에 용역이 발주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김해 신공항 건설사업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42억원이 투입되는 이 용역을 통해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안이 마련되면 국토부는 기획재정부·환경부·지방자치단체 등 관련기관 협의를 거쳐 내년에 기본계획을 고시한다. 2018~2020년 기본·실시설계, 2021~2025년 본 공사, 2025년 종합시운전을 거쳐 2026년 개항이 목표다.

문제는 예타 조사 마무리에 이은 기본계획 수립 용역 발주에 걸린 시간이 제2공항과 김해 신공항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점이다.

김해 신공항은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지난 10일 발표된 지 불과 열흘 만에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발주된 데 비해 제주 제2공항은 지난해 12월 예타 결과가 나온 뒤 올해 1월에 용역 발주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발주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예산 50억원까지 편성됐지만 4개월째 지연되는 것으로 정부의 재정여건 등을 감안할 때 김해 신공항 등보다 후순위로 밀릴 경우 사업 정상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제2공항 예타 보고서도 재원 조달과 관련해 연도별 추진과정에서 가장 많은 예산으로 2021년 약 7611억원이 소요되는 점을 위험요인으로 꼽은 뒤 국토부에 김해 신공항 등을 감안해 안정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 같은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의 지연에는 도민사회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국토부와 제주도 관계자에 따르면 기본계획 용역 준비는 이미 끝났지만 지역주민 반대 등으로 늦춰지는 상태로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와 오름 절취 등도 계획에 없다고 발표했는데도 반대가 지속되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국회 예산 심의 당시 제주지역 국회의원 등이 주민협의 후 집행하라는 조건을 제시한 점도 국토부가 용역 발주를 주저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올해 말까지 제2공항 주변 발전 계획 기본구상 용역을 실시하고 상생발전 조례 마련을 추진 중인 가운데 갈등 해결을 위한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 계획과 제도 마련과 함께 국토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 발주 후에도 주민의견 수렴이 중요한 만큼 제주도가 민관협의기구 구성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상반기 안에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발주될 것으로 본다. 대선공약에도 제2공항이 반영된 만큼 2025년 개항은 지장 없을 것”이라며 “연내 제2공항 주변 발전계획 수립과 상생발전 조례 마련을 추진하는 만큼 주민 의견을 꾸준히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