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의 부작위는 공직사회의 적폐다
도정의 부작위는 공직사회의 적폐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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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뚜렷한 이유없이 하지 않아 민생에 피해를 주는 이른바 복지부동(卜地不動) 행위를 부작위(不作爲)라고 한다. 이런 공무원의 직무태만 소극행정, 즉 행정의 부작위에 대해서는 도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제주도가 ‘불법주차와의 전쟁’을 위한 대책으로 계획된 주차관리대책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피일차일 연기하는 것은 행정의 부작위다. 제주도가 밝히는 사업연기 이유는 이 사업과 관련한 주민참여 설명회와 견학 등이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안 관련 설명회는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업 연기 이유가 일을 하기 싫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일을 미루니 제주형 주차환경 개선사업이 8월 이후 시행될 수밖에 없게됐다. 문제는 이 사업과 관련해 도청 주차장 유료화 사업은 7월부터 시행됨으로써 일종의 풍선 효과로 상당수 차량이 도청 주변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가 예상되고 인근 도민들의 주차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사례만이 아니라 최근 제주공직사회에 복지부동 풍조가 고개를 들고있다. 제주도청과 시청 등이 내놓는 각종 대책마다 절박한 민심과는 겉도는 결과를 낳는 상황이 반복되는 게 그 징후다. 심지어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자)라는 말이 공직사회에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부작위의 반대말은 작위다. 작위와 부작위의 그 구별은 행위 자체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보는 관점에 의해 구별돼는 것이다. 예컨대 아이 어머니가 시장에 갈 경우 그 자체는 작위가 될지라도 젖을 준다는 관점에서는 젖을 주지 않는 부작위가 된다. 이와 같이 부작위란 아무것도 하지 아니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으로 기대된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두고 말한다. 공무원의 행정책임에는 업무수행상에의 작위는 물론 부작위도 포함된다. 공무원들의 보신주의, 무사안일주의가 공직사회의 적폐(積弊)로 거론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법적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인허가를 거부하고 장기간 서류를 방치하는 등의 갑(甲)질 행위로 도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지역사회의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를 없애려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소극행정을 강도 높게 징계하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의 인식전환이 우선돼야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직무태만의 상위개념이 소극행정이고, 부작위는 소극행정의 한 유형이다. 제주도정의 임기가 1년정도 남은 지금, 공무원들이 차기 정권의 향방에 안테나를 세우고 도지사 선거에 눈치를 본다면 안 될 말이다. 대선이 끝나고 바로 지방선거체제로 돌입한다고 해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이 확산된다면 이는 현 도정의 책임이다. 엄정한 직무감찰과 신상필벌이 필요조건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직자들이 소신을 갖고 위민행정을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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