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예찬
오름 예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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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시인 / 다층 편집주간

[제주일보] 속담 중에 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오름을 찾아다니면서 종종 떠올리게 되는 속담이다. 잔뜩 기대를 하고 올라간 오름 정상에서 실망을 하는 경우도 있고, 별 기대 않고 올라간 오름의 정상에서 뜻밖의 환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제주와 본토의 풍경 차이를 말하라면 나는 무엇보다 산악의 형세를 꼽을 것이다. 제주의 산이라고 하면 한라산이 대표적이지만 오름들은 하나씩 독립적으로 솟아 있어서, 본토의 산들이 어깨를 겯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368개로 추정되는 오름은 제주의 경관을 규정하는 중요한 표지(標識)가 될 것이다.

본토의 지인들이 제주를 방문할 때면 꼭 한두 군데의 오름은 오르라고 추천을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의 진면목은 인위적으로 개발된 몇몇 관광지가 아니라 제주의 숨은 비경이고 그 비경 중 으뜸으로 칠 수 있는 것이 오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름을 오르기 위해 그 앞에 이르면 사람들은 적이 실망을 하곤 한다.

그리 크거나 높지 않은 규모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정작 멀지않은 여정을 지나 정상에 오르는 순간 그들의 반응은 확연이 달라진다.

정상의 풍경과 그곳에서 시야가 탁 트인 사방의 경관을 보는 순간 거의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다. 그것이 제주 오름의 매력이다. 게다가 오름에 얽힌 과학적, 신화적인 사연을 더하면 오름탐방은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오름이 생겨나게 된 신화적 유래는 다음과 같다. 제주도의 대표적 전설의 주인공인 거인 설문대할망이 제주도와 본토 사이를 이으려고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르는데 앞치마가 낡아서 구멍이 난 틈으로 흘린 흙덩이들이 오름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다랑쉬오름은 산봉우리가 움푹하게 파여 있는데, 그것은 설문대할망이 흙을 너무 많이 집어넣어 봉우리가 커지자 한 번 툭 쳐 버려 그렇게 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나는 나이 쉰 이전에는 오름에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저 그런 민둥산이거나 나무가 있다고 해도 야트막한 동산 정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기도 했고, 제주의 자연에 대해 그리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내의 권유로 주말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오름을 하나씩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름을 찾을 때마다 그 오름이 그 오름일 거라는 나의 예상은 빗나가기 일쑤였다. 흔히들 꼬리를 보면 머리를 알 수 있다고들 하는 게 인간의 삶인 까닭에 꼬리만으로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오르기 전에는 어느 오름이나 같아 보이지만 올라 보면 전부 다 풍경과 느낌이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운동을 전제로 오름을 가면 오르는 자체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름의 정상에 올라 보면 시야가 확 트여서 주변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주마간산 격으로 자동차로 휙 지나가면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제주의 경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오름 탐방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오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오름은 올래길 못지않은 제주의 명소이다. 제주를 여행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름을 찾아가려고 렌터카를 이용하여 내비게이션을 검색하며 오름을 향한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내비게이션은 오름을 오르는 탐방로를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한다.

도로나 건물, 심지어 지번까지도 상세히 안내하는 첨단 장비이건만 웬 일인지 오름 탐방로는 제대로 찾지를 못한다. 처음 따라비오름을 찾아갈 때, 내비게이션을 따라갔다가 황당했던 기억이 선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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