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통한 검찰개혁 논의에 대한 단상
개헌을 통한 검찰개혁 논의에 대한 단상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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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경 법학박사,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주일보] 대선정국이다. 사법개혁과 관련한 단골메뉴인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가 재등장하고 있다. 나아가 이와 연계된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개헌을 통해 삭제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기야 금번 조기 대선이 우리 헌정사상 유례없는 국정농단사태와 헌법재판소에 의한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촉발됐음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공약이 무리는 아닐 듯하다. 도대체 사정기관으로서 검찰과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으로 제 역할을 감당했다면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말이다.

검찰개혁의 일환인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의 핵심은 검찰이 갖는 수사권·기소권·수사지휘권·영장청구권 등 방대한 권한 중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수사권은 경찰이, 기소권은 검찰이 맡는 방향으로 권한을 재분배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검찰 권한을 분배 내지 제한함으로써 수사절차상 권력분립 내지 상호견제의 메커니즘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는 이미 참여정부 때부터 논의되기 시작해 상당한 정도의 진척이 있었다. 다만 주지하다시피 검찰과 경찰간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맞물려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일국의 사법제도는 각국 고유의 사회적·문화적 배경과 형사사법의 역사 및 특수성에 따라 점철된다는 점에서 검·경 수사권조정의 문제 또한 불가침의 성역은 아니며 국민적 공감대 및 입법적 결단으로 얼마든지 점진적·단계적으로 개정될 여지는 있다고 하겠다.

다만 개헌을 통해 헌법상 보장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삭제하고 사법경찰관에게도 영장청구권을 부여하자는 논의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헌법의 최고 이념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인권보장이며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헌법적 기제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수사기관인 경찰이 국민을 상대로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고자 할 경우 검사의 신청에 의한 영장주의를 명정하고 있다. 혹자는 동 조항과 관련해 영장신청권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이며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와 무관하다고 한다. 과연 이러한 주장 및 논거가 그대로 타당할 만큼 동 헌법 규정의 함의가 그렇게 가벼운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첫째 헌법상 규정된 검사신청에 의한 영장주의의 실질적 의미는 수사기관인 경찰은 검찰에게 영장을 신청하고 검사는 이를 심사해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함으로써 인권보호를 위한 이중적 보호장치로 기능하도록 하는 데 있다. 둘째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이 우리 헌법에 명정된 연혁적·경험적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에게도 구속영장신청권이 있었는데 당시 구속사건의 상당수가 검찰에서 석방되거나 불기소 처분되는 등 구속영장 남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따라서 인권보장의 강화측면에서 검사부지(不知)의 강제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헌법규범화 했다는 점이다.

이렇듯 헌법상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부여한 취지는 부당한 신체구속이나 압수·수색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이중의 안전장치이다. 이러한 보호법익을 갖는 헌법규정을 수사기관 간 권한다툼의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임은 자명하다. 검찰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지, 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로부터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경찰에게 독자적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문제의 본질과는 전혀 동떨어진 그릇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대선에 즈음한 정치적 이해득실과 기관 간의 권한다툼의 제물이 되지 않도록 국민적 관심과 중지의 수렴을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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