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슬로건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04.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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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지난 17일 제19대 대통령선거전의 막이 오르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기호순)를 비롯한 15명의 대선 후보는 이날부터 선거 전날인 오는 5월 8일까지 22일간에 걸쳐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물론 후보들의 정책이 이들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단기간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 슬로건이다. 슬로건은 본래 스코틀랜드에서 위급할 때 집합신호로 외치는 소리(sluagh-ghairm)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슬로건은 대중의 행동을 조작하는 선전에 쓰이는 짧은 문구를 의미하고 있다.

특히 각종 선거에서 슬로건은 자신의 정책과 비전・철학을 한 줄에 담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슬로건이었는데 유사한 제목의 책이 쏟아져 나올 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변화, 우린 할 수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슬로건도 미국인들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기자는 우리나라 정치사에 가장 큰 반향을 던진 슬로건은 1956년 제3대 대선에서 민주당 신익희 대통령・장면 부통령 후보가 내세운 ‘못살겠다 갈아보자’라고 생각한다.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독재에 염증을 느끼던 국민들은 이 슬로건에 폭발적으로 반응했고 자유당은 ‘갈아봤자 별 수 없다’ ‘구관이 명관이다’ 등으로 맞불을 놓았지만 민심만 더 잃었다. 물론 신익희 후보가 유세 중 서거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삼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우리나라 대선에서 본격적인 슬로건 경쟁이 시작된 것은 1987년 직선제 이후이다. 당시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보통사람의 시대’를,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는 ‘군정종식과 민주정치 실현’,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평화와 화합의 시대’를 슬로건으로 선택했지만 사람들의 뇌리에는 ‘보통사람 노태우’가 강하게 남아있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민자당 김영삼 후보는 개혁과 안정을 두 테마로 ‘신한국창조’,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이번에는 바꿉시다’, 정주영 후보는 ‘경제 대통령, 통일 대통령’, 박찬종 후보는 ‘세대 교체’를 내세웠고 국민들은 ‘신한국창조’를 선택했다.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어 3번째 도전만에 청와대 입성에 성공한다. 3번째 도전이라는 약점을 준비된 대통령이란 장점으로 바꾼 슬로건으로 이후 많은 대선 후보들이 차용하기도 했다.

제16대 대선이 실시된 2002년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부패정권 심판’을 내세웠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새로운 대한민국, 낡은 정치 청산’을 표방하며 선거를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의 이분 구도’로 만들어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2007년 이명박 후보는 성공한 샐러리맨 경험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국민 성공시대 , 2012년 박근혜 후보는 ‘국민행복시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라를 나라답게(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당당한 서민대통령(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이 이긴다(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보수의 새희망(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노동이 당당한 나라(정의당 심상정 후보).’

이번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의 슬로건이다. 각 후보들은 자신이 내세운 슬로건에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시대정신을 담아냈을 것이다.

물론 어느 슬로건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는 5월 9일 판가름 날 것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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