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화'를 생각한다
다시 '평화'를 생각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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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성서 요한복음 14장 27-28절)

‘세계평화의 섬’이라는 개념을 놓고,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지사와 이상봉 의원이 설전을 벌였다. 이상봉 의원이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라는데 실질적인 군비 증강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원희룡 지사는 “군부대가 들어와 있으니까 평화의 섬이 아니다, 그런 의미의 평화지대는 전 세계에서 코스타리카 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인구 500만 명인 코스타리카는 영국 신경제재단 (New Economic Foundation)이 발표한 지구촌 행복지수 랭킹 1위의 국가다. 150년 가까이 민주주의를 유지해온 몇 안 되는 나라의 하나다. 원주민 수탈의 역사가 없었고 농업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해 왔다. 군을 해산해 모든 중남미 국가들이 시달려온 군의 정치개입을 원천 봉쇄했다.

성서에서 ‘평화’(peace, 화평, 평안, 평강)라고 번역되는 말은 히브리어로 샬롬(shalom)이고, 그리스어로 에이레네(eirene)다. 둘 다 전쟁이 없다는 의미에서의 ‘평화’를 뜻하는 말은 아니다. 평화보다 더 풍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략 ‘안녕과 만족’, 혹은 ‘완전함’이라는 뜻이라고 보면 된다. 유대인과 그리스도교도는 샬롬을 서로 만나고 헤어질 때 무사함을 비는 인사말로 사용한다.

제주도는 2005년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됐다. 그렇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지정 의미는 퇴색되고 핵심 사업들은 삐걱댔다. 제주평화연구원 설립과 제주평화포럼 정례화, 4·3국가추모기념일 지정 등 일부만 성과를 거뒀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평화사업으로 자리한 북한 감귤보내기운동도 중단된 지 오래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국제자유도시에 삶의 터전을 맡겨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욕망의 섬이 돼가고 있다.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자화자찬만 해왔다. 2006년 7월 1일 출범한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는 ‘잘못된 만남’이었다.

개발지상주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난개발과 환경파괴가 초래됐고, 지방분권이 사라졌다. 환경생태적 취약성과 한계를 극복하지 않은 과도한 개발주의로 지가상승, 환경오염, 교통혼잡, 외국인 범죄가 급증했다. 결국 부동산과 개발, 교육특구, 관광특구, 의료특구 등 과도한 규제완화로 이어졌다.

도의회에서 이상봉 의원은 “도민이 살아야 국가가 살고, 제주의 미래도 도민이 결정해야 한다. 안보를 위해서 제주를 희생할 것이냐”고 맞받아치자, 원희룡 지사는 “대한민국이 없으면 제주도도 없다. 제주가 중앙정부에 이런 저런 요구를 하려면 최소한의 안보 의무에 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제주해군기지와 마찬가지로 제2공항 추진과정에서 주민들을 무시하고 강행하고 있다. 국방부가 추진의사를 공식화한 공군기지와 제2공항 연계설이 구체적으로 제기되면서 도민 모두를 분노케 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구축함 줌월트호의 제주해군기지 배치가 현실화된다면 한·미복합형 군사기지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아태지역이 군사적 각축장이 되고 있는 현재 제주의 군사기지화는 동북아 화약고가 되는 지름길이다.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 너는 내가 아버지께 청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 청하기만 하면 당장에 열두 군단이 넘는 천사들을 내 곁에 세워주실 것이다.”(성서 마태복음 26장 52절)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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