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꿈보다 도전의 길에 나서야
공직자의 꿈보다 도전의 길에 나서야
  • 제주일보
  • 승인 2017.04.1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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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서울제주도민회 자문위원 / 수필가 / 시인

[제주일보] “할아버지, 공무원 어때요?” 여고생 손녀가 물었다. 이 질문에 할아버지는 “괜찮지 뭐.”라고 답했다.

필자는 공직에서 30여 년을 봉직하고 퇴임한 지 18년 됐다. 내가 공직에 몸을 담았을 때는 박봉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공무원 연수때 마다 ‘공복은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긍지와 생활과는 동떨어진 훈시였다.

그 시절 자식들에게 공무원 한 번 해 보라고 권유할 입장이 아니었다. 자식들은 공학을 택했다.

나는 노량진에 편집실이 있어 그곳을 자주 드나든다. 옆 식당에서 공시생을 만났다. 내가 공무원을 했던 사람이라고 말하면 호기심에 옆 자리로 다가온다. “왜? 공무원이 되고자 여기서 공부하느냐?”고 물어봤다. 공시생이 말하기를 “대기업에서는 원서조차 안 받아 준다. 출신 대학을 따진다”며 그래도 공무원 시험은 공정할 거라 믿고 있다.

그렇다. 공무원 응시 자격에 출신 지역이나 학교를 따지지는 않는다.

공무원은 일반직의 경우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며 연봉도 대기업의 70% 수준(직급마다 다르지만)에 이른다. 또 자녀학비 보조, 20년 근무 후 평생 연금혜택, 공무원의 우월성 등 이런 저런 혜택들은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기업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공무원이 되려는 젊은 층(15~29세)이 급증하고 있고, 한참 일해야 할 나이에 너도 나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면서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피해가 커지고 있다. 공시생들을 탓해야만 할까? 경기 침체로 노동시장이 위축돼 있다. 양질의 좋은 일자리가 제공된다면 이들 공시생들도 기업에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아니겠는가.

공시족이 늘어난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때문이고, 그 책임은 모두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기업)와 정부에 있음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20년의 불황에서 벗어나 대졸자, 고졸자의 95%가 취업이 보장되고 있다는 이웃 일본을 그저 부러워하고만 있을 것인가? 마침 교육부에서 160억 ‘대학창업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에서 75%, 대학·동문 등 민간에서 25%를 출자한다는 구상이다.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 중 34.4%가 자본 등 인프라가 부족해 창업을 주저하거나 포기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학생들은 대출이 아닌 투자를 받게 돼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니 늦게나마 다행한 시책이다.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 이용 가능성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6점으로 평균 5.9점에도 못 미쳤다.

취업 포기 청년인구 36만여 명 시대다. 낮은 단계부터 기술을 배워 숙련기술인으로 성장하려는 꿈을 갖게 돼야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다. 청년 인재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기업을 외면하고 공시에만 빠져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일본, 대만은 중소기업에서 기술이 축적돼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곧 기술강국의 원천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에 취직한 사회 초년생이 야간에 다시 고시학원에 다니며 공무원이 되려는 꿈을 꾸는 것 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중소기업에서 꼭 필요한 인재, 블루엘리트로 성장하겠다는 도전정신을 가졌으면 한다.

공무원 시험에 몰두하는 청년들이여!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기술한국을 선도할 긍지를 지니자.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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