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X물’ 먹이고 돈 벌다니
국민에게 ‘X물’ 먹이고 돈 벌다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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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발전연구원은 올해 초 제주 서부지역의 지하수 오염원인이 화학비료에 의한 질산성 질소의 유입과 축산분뇨의 영향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산소 수소 동위원소를 이용해 지하수에 포함된 질산성 질소를 분석한 결과였다.

그동안 화학비료와 축산폐수의 지하수 유입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해왔으나 이런 과학적 분석으로 원인을 어렵게 밝혀낸 것이다.그런데 어려운 연구가 필요없었다. 이번에 그 원인이 백일 하에 다 드러났다.

제주도자치경찰단이 축산폐수를 공공수역인 ‘숨골’에 무단 배출해 지하수를 오염시킨 한림읍 소재 가축분뇨재활용 신고업체를 적발했기 때문이다.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이 업체의 직원 고모씨는 양돈영농조합법인 소유의 4000t 규모의 가축 분뇨 저장조를 관리하면서 10개 양돈농가로부터 가축분뇨를 받아, 인근 지하수 숨골 구멍으로 상습적으로 무단 배출해왔다는 것이다.

숨골은 지표수가 지하수맥으로 침투하는 입구다.

이 업체가 모터펌프로 고무호스를 숨골에 연결해 ‘X물’을 지하수층으로 내려보냈다는 말이다.
자치경찰단이 숨골인지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소방차 5t의 깨끗한 물을 같은 조건으로 살수 실험한 결과 순식간에 그대로 지하로 유입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자치경찰이 확인한 지하수 유출 가축분뇨는 360t이라고 한다. 20t 액비 운반차량 18대 분이고, 삼다수 2l 18만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말이 360t이라 하는 것이지 실상은 이보다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이 뿐만 아니다. 이 업체는 10개 양돈농가로부터 수거한 가축분뇨 2만3000여 t을 액비화한 후 농가에서 확보한 지정된 초지에 살포해야 함에도 다른 초지에 마구 살포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단 살포된 액비화한 가축 분뇨 2만3000t이 지하수 환경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도 걱정이다.

제주도와 환경당국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제주발전연구원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하수 오염원인을 연구하게 했다니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힐 뿐이다.

지하수 오염은 지표수 오염보다 더 심각하다. 한 번 오염되면 사실상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데다 지하수가 어디서 어떤 쪽으로 흐르는지 종잡기도 쉽지 않다. 오염된 물은 암석층 깊은 곳에 축적되는 데 그곳에는 산소나 미생물이 없어 자연적 분해나 정화과정이 일어나기 어렵다. 또한 지하수는 매우 천천히 흘러서 오염물질이 제거되는 데 수십년에서 수백년이 걸린다.

제주도는 지하수 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축산 폐수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국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오염시킨 중대한 사건이다. 경찰과 검찰은 국민들에게 ‘X물’을 먹이고 돈을 버는 이런 일이 더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기 바란다.

아울러 이 사건 업체와 관계자들을 엄벌함으로써 지하수오염 차단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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