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의 스포츠 경제학
미국대학의 스포츠 경제학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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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커뮤니케이션정보대 부교수

[제주일보] 혹자는 미국과 한국살이를 ‘재미없는 천국’과 ‘재미있는 지옥’이라 비유한다.

‘재미’의 가치에 따라 그 빗댐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스포츠를 즐기고 보는 게 재미라면 미국은 지상낙원이다. 동아줄 엮듯 이어지는 한 해의 스포츠 일정을 보면 선뜻 수긍한다.

지난 4월초 개막전으로 시작된 메이저리그 야구(MLB) 시즌은 10월말 월드시리즈로 마감한다. 야구가 종반으로 치닫고 플레이오프의 윤곽이 들어나는 8월말에는 미국 최고의 인기스포츠인 미식프로축구(NFL) 시즌이 시작된다.

이듬해 1월 플레이오프 경기로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고 2월초 슈퍼볼 경기로 챔피언을 가린다. NFL 시즌이 한창인 11월초 프로농구(NBA) 시즌이 시작되고 해를 넘겨 4월에서 6월까지는 플레이오프 경기와 챔피언십 경기로 농구팬들을 사로잡는다.

프로스포츠와 견주어 미국 대학스포츠의 위상은 어떨까? 대학미식축구의 경우 메이저리그 야구와 프로농구의 인기를 능가하며 대학풋볼 4강전과 전미챔피언십 경기는 슈퍼볼 다음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대학스포츠의 경제적 가치와 시장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스포츠 전문채널 ESPN 자료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 가운데 39개 주에서 최고의 연봉을 받는 공무원은 주지사가 아닌 주립대의 미식축구와 농구 감독이다.

미시건대(University of Michigan) 풋볼 감독 짐 하버의 연봉은 900만달러(99억원)로 전미를 통틀어 최고 연봉을 받는 주 공무원이다. 컨터키대(University of Kentucky) 농구 감독 존 캘리페리는 710만달러(78억원), 앨라배마대(University of Alabama) 풋볼 감독 닉 세이번은 690만달러(약 75억원), 오하이오 주립대(Ohio State University) 풋볼 감독 어번 마이어는 600만달러(66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사립대학교의 미식축구와 농구 감독을 같이 포함한다면 백만장자들의 명단은 더욱 늘어난다. 고액 연봉의 원천은 대학스포츠의 매출이다.

대학 스포츠의 매출과 지출 내역을 공개하게 되어 있는 주립대의 자료(2014~2015년 회기 기준)를 보면 텍사스 A&M 대학교의 스포츠 관련 매출액은 약 2000억원을 웃돌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텍사스 대학교(University of Texas)는 2000억원에 가까운 매출 실적을 보였다. 오하이오주립대, 미시건대, 앨라배마대, 플로리다대, 루지애나주립대 모두 스포츠 관련 매출이 연 1500억원이 넘는다.

대학 스포츠 매출에는 티켓 판매수익, 방송중계권, 스포츠 후원금 등이 포함된다. 물론 매출의 주 원천은 대학풋볼 그리고 농구다.

대학 스포츠의 경제는 풋볼 경기장 규모로도 풀 수 있다. 10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경기장을 보유한 대학교가 8개나 된다.

대부분 인구 20만명 미만의 조그만 대학도시에 위치한다. 프로와 대학을 통틀어 가장 큰 미시건 대학의 풋볼 경기장은 10만7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이 대학이 자리한 도시의 인구는 11만명 남짓이다. 그래도 풋볼 경기장은 매 경기마다 꽉 들어차고, 지역 상권은 하루에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미 전역에서 차로, 비행기로 경기를 보러 몰려드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요 경기 또한 대부분 전국에 생중계 된다. 주요 라이벌 경기의 암표는 수십만 원의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도 한다.

빗대어 가정해 보자. 제주대학교의 축구 경기가 해마다 몇 번씩 전국방송을 타고 남녀노소 팬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경기장을 채우고 덤으로 며칠 제주관광을 한다면.

엷어졌지만 수도권과 지방 사이 엄연히 존재하는 박탈감과 소외감이 끼어들 틈새는 사라지리란 걸. 미국 대학 스포츠의 경제 얘기를 즐거운 상상으로 갈무리 해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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