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귤 익어가는 신흥리 지나 남원포구로…
하귤 익어가는 신흥리 지나 남원포구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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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집의 올레이야기-14. 올레 제4코스(표선해변~남원포구) -영천사~남원포구(12.2㎞)
신흥1리 올레길

[제주일보] # 신흥1리 마을길을 따라서

영천사 휴게소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조금 오른 다음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일주도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감귤농원이 이어진다. 신흥1리 중심부를 세로로 거치는 길이다. 마을 홈페이지에 ‘전체 면적 422㏊ 중에 50%에 가까운 207㏊에서 감귤을 재배하고 있으며, 주민 95% 이상이 감귤농사를 하고 있다’는데, 걷다 보면 근 3분의 1은 비닐하우스다. 나머지는 노지 감귤원과 삼나무 같은 방풍림에 노란 열매 달린 하귤나무가 하나둘 나타난다.

때가 때인 만큼 노지 감귤은 수확한지 오래고, 꼭꼭 닫혀 있는 비닐하우스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라봉이나 천혜향 등을 따낸 곳만 비닐 아래쪽을 들어올렸다. 이웃 토산리에 취재 갔을 때는 골드키위를 재배하는 곳도 있던데, 이곳 조그만 안내 간판에 ‘망고’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망고도 재배하는 것 같다. ‘레드향, 천혜향, 한라봉, 노지감귤 -생산자 직판 전국 택배’와 함께 휴대폰 번호를 내건 조그만 농원 간판이 있어, 전화를 걸어 요즘 형편이 어떤지 알아보려다가 그만 뒀다.

사지도 않을 사람이 농부의 바쁜 시간을 뺏을 수는 없어서. 제주 농촌 사람이야 어느 정도 짐작하겠지만,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저 속을 얼마나 궁금해 할까? 올레길 걷는 사람들 중에는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는 분들이 많아 거기다 사진을 찍어 올리는데,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농장을 알려 유통할 수 있게 어떤 장치를 마련하면 좋겠다. 나중에 들었는데 꼭꼭 닫힌 채 환풍기가 돌아가는 곳은 여름에 수확할 하우스감귤일 것이라 했다.

 

# 태흥리 해안길을 걸으며

올레길 3~4코스가 지나는 길목 해안선은 폭이 넓은 편이다. 용암이 천천히 흘러와 굳어지고 그 위로 바다 깊숙이 들어가면서 이뤄진 지형이다. 바닷물이 넘나들고 태풍에 씻기는 곳이어서 흙이 없는 불모지다. 이제 조금씩 토사가 흘러들어 잡초나 가시덤불이 우거져 있는 곳도 있다. 그래 바닷물이 육지 깊숙이 들어온 곳은 포구를 만들었고, 더러는 소금밭으로, 조건이 맞는 곳은 원담을 둘러 고기를 잡았다.

태흥리에만 해도 제염터가 있고, 원산이원, 조랑개원 등과 덕돌개, 펄개 같은 재미있는 이름의 개(포구)가 있었다. ‘원(垣)’은 보통 ‘원담’이라 하는데, 돌로 쌓아 바다를 둘러놓고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던 방식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주로 멸치를 잡았다. 조랑개원은 그 윤곽만 남아 있고, 원산이원은 방파제를 축조하면서 그 돌을 써버린 듯, 자취조차 남지 않아 아쉽다. 멀리 해녀들과 간혹 낚시하는 사람들만 보인다.

 

# 태흥2리 옥돔마을

태흥2리 포구에서 산뜻한 옥돔 사진을 내건 ‘옥돔마을’ 조형물을 만났다. 예부터 옥돔이 많이 잡히는 제주, 웬만한 집 제사에 반드시 구워 올려야 하는 대표 생선이었다. 이름은 보통 ‘오토미’로 부르는데, 산남에선 ‘솔라니’, ‘솔래기’, 산북에선 아예 그냥 ‘생선’이라 하는 곳도 있다. 비린내가 적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옥돔어장이 비교적 가까운 이 마을에서는 잡은 옥돔을 특산품으로 개발해 마을 단위 위판장을 만들고, 공동체 식당을 열어 식품을 다양화 하고, 농수축산품 센터에서는 여러 가지 제품을 판매한다고 한다. 메뉴를 보면, 옥돔구이, 옥돔지리, 옥돔찜, 옥돔죽 등과 전복죽, 성게비빔밥, 성게보말미역국, 해물뚝배기, 고등어구이, 해산물모듬회 등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골고루 이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옥돔의 연간 생산량은 5만㎏에 달한다고 한다. 그 외에 태흥2리는 관광객들이 동네 앞바다를 탐방하는 선상체험, 바릇잡이, 옥돔굽기 및 시식체험 등 다양한 어촌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벌포연대와 서중천

벌포는 이곳 태흥리 포구의 옛 이름으로, 포구 가까운 곳에는 벌포연대가 자리하고 있다. 연대는 제주 해안에 있는 통신 겸 방어시설로 해변에 돌탑을 쌓아 올려 높이고, 밤에는 불빛, 낮에는 연기로 이웃 연대와 교신했던 시설이다. 이곳 벌포연대는 정의현 소속으로 동쪽 표선의 소마로연대, 서쪽 남원의 금로포연대와 교신했다. 얼마 안가 남태교에 이르렀다. 해안도로에서 남원과 태흥의 경계이자 두 마을을 잇는 다리다. 이곳을 흐르는 시내가 바로 서중천, 한라산 해발 1280m의 흙붉은오름에서 발원해서 성널오름 북쪽과 동수악 북쪽을 돌아 거린오름을 거쳐 남원읍 한남리를 가로지르는 하천이다. 용암이 흐르면서 새끼줄용암 같은 고랑을 만드는가 하면,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계곡을 만들었고, 구실잣밤나무·조록나무·가시나무 등 상록수가 무성하다. 냇가를 따라 머체왓숲길과 소롱콧길이 조성돼 있고, 참꽃나무며 모새나무 등의 집단 서식지이기도 하다.

 

# 남원포구와 널당

어느덧 남원포구에 이르렀다. 지금은 남원 용암해수풀장이 들어서고 여러 시설을 해놓았지만 과거에는 이곳을 ‘재산이개’라 했다. 마을 홈페이지에는 ‘재산이개’가 포구 이름이면서 남원1리의 옛 이름이라 한다. 설촌 당시부터 이 포구를 중심으로 ‘염전이 형성되고 여러 해산물을 생산해 주민은 이에 기대어 재산을 축적해 나갔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구를 돌아보는 도중 동쪽 끝부분에서 ‘널당’을 만났다. 원래는 일주도로와 바닷가 중간 팽나무 숲 동산에 위치해 있었는데, 길을 내면서 이곳으로 옮겼다. 원래 이당의 당신은 ‘하로영산 백관또이며, 제일은 2월 12일과 7월 13일이었다. 당신은 마을의 생산·물고·호적·장적을 차지한 토주관으로 일만 자손을 다 보살펴주는 신이다. 보리밥나무 아래 네모난 석궤가 있고, 지전물색이 깨끗한 걸로 보아 요즘도 어부나 해녀들이 다니는 것 같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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