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민관유착의 고리 끊어야
건설업계 민관유착의 고리 끊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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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지역 건설업계에 ‘관피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검찰이 하천 교량사업 비리의혹 수사와 관련해 공무원과 시공업체 관계자를 구속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합성어)란 후배 현직 공무원과 선배 퇴직 공무원 사이에 이권을 챙기기 위해 형성된 은밀한 관계로 비(非)정상적인 행정행위의 통로로 작용해 온 것이 현실이다. 한 마디로 공무원들이 업계의 뒤를 봐주고 금품과 퇴직 후의 노후를 보장받는 ‘비리커넥션’이다. 이 관피아는 좀더 세부적으로 내려가면 특정학교와 연결된 ‘교피아’(학교+마피아 합성어)로 확대된다. 공직사회의‘비리 커넥션’과 관피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쉬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지난 주말 검찰은 하천 교량사업 시공업체 S사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뇌물을 받은 제주도 소속 공무원 김모씨와 김씨에게 뇌물을 준 S사의 실질적 운영자인 강모씨를 구속했다. 이 제주도 공무원은 뇌물을 받을 당시 제주시청 건설과 소속이었고, S사는 퇴직한 제주시 간부공무원이 대표를 맡은 회사였다.

이만하면 삼척동자도 무슨 일인지 다 알 것이다. 이 공무원은 S사의 뒤를 봐주면서 S사로부터 돈도 받고, 제주시내 아파트를 시세보다 8000만원 싸게 분양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S사 말고도 교량정비 공사를 맡은 다른 업체 관계자 3명도 유사한 혐의로 입건 수사하고 있다.

도내 하천의 교량 정비공사 비리의혹과 관련해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관계 서류들을 넘겨받아 분석 중이라고 한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관피아의 비리커넥션이 사실이라면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사욕을 채운 적폐(積弊)중의 적폐다.

이런 커넥션의 뿌리는 깊다. 업계에서는 공무원들이 현직에 있을 때부터 금품을 제공하면서 관리를 하다가 퇴직을 하면 임원이나 고문 등의 직책을 주고 도청과 시청 로비를 담당하게 한다.

현직 때부터 관리를 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현직 때 뇌물을 받는 것은 둘째치고 퇴직 후까지 대비할 수 있다니 입찰이나 설계변경, 각종 인·허가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될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물론 모든 공무원이 비리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퇴직 공무원이 업계에 재취업을 한다고 해서 모두 관피아라고 매도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 제주 공직사회가 건강성을 잃은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동안 많은 사례로 미뤄볼 때 관피아의 비리커넥션은 예산 낭비의 주범이기도 하거니와 정직한 공무원들의 근무 의욕도 꺾는다.

검찰의 이번 사건 수사로 제주의 관피아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차제에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주면서 사욕을 챙기는 민관 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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