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집 근처에 유림서점이 있었다. 소규모였지만 가고 오는 길에 책을 볼 수 있었다. 나와 서점 주인은 이웃 주민처럼 다정했다. 신문 서평을 보고 책을 주문하면 이틀 후 연락이 오곤했다.
어느 날 그 자리에 화장품 가게가 들어섰다. 서점이 떠난 후 전철로 30분 거리인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가야 했다.
나는 5호선 전철 오목교역에 내린다. 집까지 15분 정도를 걷기 위해서다. 얼마 전 역 지하 공간에 ‘24시 중고서점’이 문을 열었다. 겨울 옷을 처분하는 바겐세일처럼 고객들이 몰려 들었다. 책값이 대부분 반값이기 때문이다.
새책들도 많다. 서점 입구 진열대에서 정가 1만3500원인 ‘내 사랑 인도’와 8000원인 ‘제주기행’을 1000원에 구매했다. 공짜로 책을 산 기분이다. 커피 한 잔 값이면 3권을 살 수있으니 행운이다. 이곳에는 20인용 독서 테이블도 두 곳으로 나눠 놓여졌고 과자와 음료수도 팔고 있다. 빈 공간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책들은 장르, 부문별로 잘 진열되어 누구나 검색해 찾을 수 있었다.
책값이 반값이니 어른, 중·고생, 어린이와 부모님 할 것 없이 너도나도 몇 권씩 사고 간다. 한 딸 아이는 어린이 전용 서가에서 동화 책을 골라 엄마에게 “이 책 사 줘”하는 모습이 참 행복하게 보였다.
서점이란, 서적의 소매업자 또는 점포다. 서사, 서림(書林), 서방(書房) 또는 책방이라고도 한다.
언제인가 ‘한승원의 추사 1·2권’을 읽었다. 추사 김정희가 태어난 충남 예산을 살펴볼 수 있었다. 추사 김정희의 충남 예산 그리고 서귀포시 대정(추사의 9년 유배지)을 소재로 글을 써 내려갔다.
‘2016년도 한국서점편람’을 찾아봤다. 책만 판매하는 ‘순수서점’은 현재 1559곳으로 10년 전 2103곳보다 25.9%(544곳)나 감소했다. 문구류·음료수 등을 같이 파는 ‘겸업서점’ 수는 2116곳으로 10년 전 3429곳에 비해 38.3%(1313곳) 감소했다. 서점들이 점점 줄어가는 것은 그만큼 독서 인구가 줄었다는 증거다. 10년 새 서점의 3분의 2가 사라졌다.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화장품 로드숍이 그 자리를 점령했다. 서점자리에 휴대폰 매장이 들어서기도 했다.
2015년 독서인구를 살펴봤다. 1년 동안 독서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16.5권이다. 연령이 높을수록 독서 권수가 감소했다. 13세 이상 인구 중 독서인구 비율은 56.2%로 나타났다. 겨우 1개월에 1.3권 정도 읽고 있다는 통계다. 독서인구가 줄었으니 서점은 점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2016년에 책 발행종수는 전년보다 늘어는 7만여 종에 달했다. 근간에 음악책, 문학, 그림책 등 개성있는 전문 책방이 생겨나고 있으니 이 역시 좋은 일이다.
오래 전 통계이긴 하나 어느 자료에서 제주도내 서점도 살펴볼 수 있었다. 서점수가 48곳인데 제주시 32곳, 서귀포시 10곳, 구좌읍 3곳, 한림읍 2곳, 대정읍 1개곳 이었다. 1870년대 말 제주읍 일도리에서 고성주가 개점한 영주서관(書館)이 첫 서점으로 추정된다. 향리 대정읍에는 초·중·고 8개 교와 제주국제학교가 있는 지역이다. 1950~1960년대 그 가난한 시절에도 그곳에는 서림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마늘이며 감자가 풍성한 지역에 오늘날 1개 서점이라도 잘 운영된다니 기쁜 일이다.
타 지역에서 지내지만 제주시 노형로터리나 서귀포시내 중앙로터리에 서울 오목교의 ‘24시 서점’ 같은 대형 책방이 들어섰으면 하는 소망을 조심스럽게 가져 본다.
읍·면 소재지에도 서점을 개설하는 데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제 서점은 문화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의 가치를 높이는 문화·관광부문 정책에 책방 설립도 추가돼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제주에 주민 삶의 행복도를 높이는 데 있어 책의 역할을 이해하고 서점 확충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