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에 24시 서점을
우리 지역에 24시 서점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0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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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서울제주도민회 자문위원 / 수필가 / 시인

[제주일보] 집 근처에 유림서점이 있었다. 소규모였지만 가고 오는 길에 책을 볼 수 있었다. 나와 서점 주인은 이웃 주민처럼 다정했다. 신문 서평을 보고 책을 주문하면 이틀 후 연락이 오곤했다.

​어느 날 그 자리에 화장품 가게가 들어섰다. 서점이 떠난 후 전철로 30분 거리인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가야 했다.

​나는 5호선 전철 오목교역에 내린다. 집까지 15분 정도를 걷기 위해서다. 얼마 전 역 지하 공간에 ‘24시 ​중고서점’이 문을 열었다. 겨울 옷을 처분하는 바겐세일처럼 고객들이 몰려 들었다. 책값이 대부분 반값​이기 때문이다.

​새책들도 많다. 서점 입구 진열대에서 정가 1만3500원인 ‘내 사랑 인도’와 8000원인 ‘제주기행’을 1000원에 구매했다. 공짜로 책을 산 기분이다. 커피 한 잔 값이면 3권을 살 수있으니 행운이다. 이곳에는 20인용 독서 테이블도 두 곳으로 나눠 놓여졌고 과자와 음료수도 팔고 있다. 빈 공간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책들은 장르, 부문별로 잘 진열되어 누구나 검색해 찾을 수 있었다.

책값이 반값이니 어른, 중·고생, 어린이와 부모님 할 것 없이 너도나도 몇 권씩 사고 간다. 한 딸 아이는 어린이 전용 서가에서 동화 책을 골라 엄마에게 “이 책 사 줘”하는 모습이 참 행복하게 보였다.

서점이란, 서적의 소매업자 ​또는 점포다. 서사, 서림(書林), 서방(書房) 또는 책방이라고도 한다.

언제인가 ‘한승원의 추사 1·2권’을 읽었다. 추사 김정희가 태어난 충남 예산을 살펴볼 수 있었다. 추사 김정희의 충남 예산 그리고 서귀포시 대정(추사의 9년 유배지)을 소재로 글을 써 내려갔다.

‘2016년도 한국서점편람’을 찾아봤다. 책만 판매하는 ‘순수서점’은 현재 1559곳으로 10년 전 2103곳보다 25.9%(544곳)나 감소했다. 문구류·음료수 등을 같이 파는 ‘겸업서점’ 수는 2116곳으로 10년 전 ​3429곳에 비해 38.3%(1313곳) 감소했다. 서점들이 점점 줄어가는 것은 그만큼 독서 인구가 ​줄었다는 증거다. 10년 새 서점의 3분의 2가 사라졌다.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화장품 로드숍이 그 자리를 점령했다. 서점자리에 휴대폰 매장이 들어서기도 했다.

2015년 독서인구를 살펴봤다. 1년 동안 독서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16.5권이다. 연령이 높을수록 독서 권수가 감소했다. 13세 이상 인구 중 독서인구 ​비율은 56.2%로 나타났다. 겨우 1개월에 1.3권 정도 읽고 있다는 통계다. 독서인구가 줄었으니 서점은 점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2016년에 책 발행종수는 전년보다 늘어는 7만여 종에 달했다. 근간에 음악책, 문학, 그림책 등 개성있는 전문 책방이 생겨나고 있으니 이 역시 좋은 일이다.

오래 전 통계이긴 하나 어느 자료에서 제주도내 서점도 살펴볼 수 있었다. 서점수가 48곳인데 제주시 32곳, 서귀포시 10곳, 구좌읍 3곳, 한림읍 2곳, 대정읍 1개곳 이었다. 1870년대 말 제주읍 일도리에서 고성주가 개점한 영주서관(書館)이 첫 서점으로 추정된다. 향리 대정읍에는 초·중·고 8개 교와 제주국제학교가 있는 지역이다. 1950~1960년대 그 가난한 시절에도 그곳에는 서림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마늘이며 감자가 풍성한 지역에 오늘날 1개 서점이라도 잘 운영된다니 기쁜 일이다.

타 지역에서 지내지만 제주시 노형로터리나 서귀포시내 중앙로터리에 서울 오목교의 ‘24시 서점’ 같은 대형 책방이 들어섰으면 하는 소망을 조심스럽게 가져 본다.

읍·면 소재지에도 서점을 개설하는 데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제 서점은 문화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의 가치를 높이는 문화·관광부문 정책에 책방 설립도 추가돼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제주에 주민 삶의 행복도를 높이는 데 있어 책의 역할을 이해하고 서점 확충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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