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선사하는 色의 향연
제주가 선사하는 色의 향연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7.04.06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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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제주의 4월을 거닐자
벚꽃·유채꽃 '만개', 설렘 한가득
가파도 들녘엔 청보리 물결 넘실
한림공원 3만5000송이 튤립 장관

[제주일보=이승현 기자] 남국(南國)의 봄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뭇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연분홍 왕벚꽃의 동네마다 꽃대궐을 이뤄 장관이다.

애월읍 장전리에서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화신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 제주시 전농로에서, 또 제주대에서 화답한다. 왕벚꽃의 자태는 밤과 낮이 사뭇 달라 보는 이에 따라서는 넋을 놓게 만들기도 한다.

왕벚꽃의 향연이 너무도 짧아 아쉬움을 달랠 때 쯤 제주섬을 휘감는 샛노란 유채꽃 물결이 일렁인다. 제주에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성산일출봉에는 유채꽃도 먼저 자태를 뽐낸다.

제주의 봄에는 꽃만 있는 게 아니다. 태고의 원시성을 간직한 짙푸른 제주바다의 한 가운데 편안하게 떠있는 가파도에는 청보리가 봄바람에 몸을 맡겨 파도처럼 일렁인다. 제주의 봄은 짧고 조용하지만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으로 진하게 깊어간다.

▲왕벚꽃의 설렘과 유채꽃의 화사함

설중매(雪中梅)의 고고함이 채 잊혀지기도 전 제주에는 어느 집 담장에 순백의 목련이 꽃을 피웠다는 소식이 예서제서 이어진다.

목련 소식이 뜸해질 때 쯤 제주 봄의 상징 연분홍 왕벚꽃이 성큼 눈에 들어온다.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와 제주시내 전농로, 제주종합경기장 인근, 제주대학교 입구 등이 왕벚꽃 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동네사람들만 아는 소박한 왕벚꽃길도 적지 않다.

제주시 아라중 인근 간드락마을과 서귀포시 효돈동 마을안길 등도 왕벚꽃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제주 왕벚꽃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자생지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있는 왕벚나무 자생지는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가는 5‧16도로변에 있다.

화려함으로 다가오는 유채꽃은 역시 제주의 동쪽에서 일찍 만날 수 있다.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목인 성산읍 고성리 터진목 일대에서부터 시작된 샛노란 유채꽃 평원은 장관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곳 유채꽃은 뒤늦은 눈발이 날릴 때부터 얼굴이 조금 따가울 정도의 봄볕이 내리쬘 때까지 지천으로 피어 오가는 이들을 유혹한다. 제주의 대표적인 봄 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를 빼곤 유채꽃을 말하면 곤란하다. 가시리에 있는 녹산로는 봄철 유채꽃과 벚꽃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곳이다. 그래서 가시리는 봄을 잇는 마을이다.

방향을 서쪽으로 틀면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일대 유채꽃도 손에 꼽고 남음이 있다. 산방산과 용머리를 배경삼아 펼쳐진 유채꽃밭은 대충 찍어도 작품사진이 나오는 명소다.

▲청보리 물결이 일렁이는 가파도의 봄

‘섬 속의 섬’ 가파도에 청보리가 패면 저 멀리 이국의 봄이 제주에 상륙하다는 메시지다. 지난  겨울 제주 바다의 칼바람을 피해 땅속에서 바싹 몸을 낮췄다가 봄기운에 고개를 내밀고 예의 푸른빛을 내며 보리다운 몸매를 선보이고 있다.

꽃은 아니지만 꽃처럼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땅을 딛고 섰지만 바다에 선 듯 흔들림을 준다. 물결을 이루기 때문이다.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섬 한 바퀴를 천천히 걸어서 돌 수 있는 해안 산책로가 좋다. 섬을 가로지르면 청보리밭 사이로 들어간다. 상동포구에서 하동포구까지 오가는 길이 편안하다.

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가파도청보리축제’가 이어진다. 청보리밭 걷기, 돌탑쌓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됐다.

▲한라산 숲에서 만나는 붉은 동백

한라산 국립공원 내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한라산 둘레길도 나름 봄 정취가 있다.

동백길, 돌오름길, 수악길, 사려니숲길, 천아숲길 등 총 5개의 코스로 나눠 둘레길 가운데 동백길은 이름 그대로 동백을 만나는 길이다.

제주 항일운동의 발상지인 법정사에서 돈내코 탐방로까지 13.5㎞에 이르는 동백길은 난대림지역의 대표적인 수종인 동백나무가 최대 군락지를 이루고 있어 겨울을 지나 봄에도 붉은 동백을 볼 수 있다.

제주의 허파 가운데 대표적인 곳인 제주곶자왈도립공원에서는 4월이면 숲 속에 피어난 백서향과 벚꽃을 하나의 그림에 담을 수 있다.

청명(4일)과 한식(5일)이 지나면 고사리가 꼬물꼬물 올라와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제주 사람들은 제사와 명절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고사리를 꺾었는데, 요즘은 제주를 대표하는 생태체험 관광 프로그램이 됐다.

▲튤립과 왕벚꽃의 어울림

제주의 봄은 이국적인 정취도 있어 더 정겹다. 한림공원에는 3만5000송이의 튤립이 만드는 이국적인 풍경도 볼만하다.

오는 16일까지 계속되는 ‘한림공원 튤립축제’에는 아펠둔(Apeldoorn)과 셜리(Shirley), 키스 넬리스(Kees Nelis), 바로셀로나(Barcelona), 핑크 다이아몬드(Pink Diamond) 등 다양한 품종의 튤립이 화단을 장식해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공원 내 왕벚꽃동산에서는 이곳만의 자존심을 살린 왕벚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왕벚꽃‧유채꽃동산에 수백 그루의 왕벚꽃과 유채꽃이 한바탕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가족과 친구, 연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승현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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