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세조 "제주 감귤, 왕실 제사·사신 접대 위해 간절"
조선 세조 "제주 감귤, 왕실 제사·사신 접대 위해 간절"
  • 제주일보
  • 승인 2017.04.0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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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한의약, 그 역사속으로…<13>제주 과원의 설치와 그 성격(3)
성종이 향약집성방 주요 내용 초록과 그 언문 번역 후 활자본 간행의 민간 유포를 명하는 기록(성종실록 권220·사진 왼쪽). 육지부의 설 차례상 제물 진설의 예(출처=성균관 전례연구위원회·오른쪽).
김일우 문학박사·㈔제주역사문화나눔연구소장

[제주일보] 제주는 1455년(세조 원년) 이전부터 이미 공립적 성격의 과원이 설치돼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민가에서 키우던 감귤나무에 달린 감귤도 강압적으로 거둬갔다. 제주 감귤은 조선 초기부터 민폐가 야기될 정도로 상납 물량이 많았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해서는 감귤의 국가적 용도와 사용처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을 쉽게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제주 감귤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국왕, 즉 세조가 1455년에 “심절(甚切)”, 곧 매우 간절하다고 했다. 그 이유로서 “종묘에 천신(薦神)하고, 빈객(賓客)을 대접”해야 함도 들었다.

천신은 제철 과일이나 농산물을 신위(神位)에 올림을 말한다. 제주 감귤도 왕실제사를 지내는 종묘의 제사상에 올렸던 것이다. 또한 제주 감귤은 ‘빈객’, 곧 외국사신을 접대할 때 썼던 과일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때 제사는 점차적으로 일반 민가로도 확산됐다. 이와 함께 제사상에 올리는 과실로 조(棗)·율(栗)·이(梨)·시(木+市), 곧 대추·밤·배·감으로 국한·거론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하나의 준칙으로 내세워졌다. 조선시대 경우는 제주 감귤이 매우 귀했던 만큼, 왕실만이 종묘의 천신용으로 썼다. 반면, 일반 민가에선 제물로 쓸 엄두가 나지 않았을 듯싶다. 감귤이 제사상에 올리는 과실로서 거론되지 않았던 연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으나, 매우 귀해 구하기가 어렵던 점을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다.

이후 감귤이 현대 들어와 점차적으로 대량 상품생산과 소비 대중화가 이뤄져 국민 과일로 일컬어질 정도에 이르렀다. 그래도 육지부의 제사상에는 감귤을 올리지 않은 경우가 허다한 편이다. 이는 제물을 진설할 때 과실로서 대추ㆍ밤ㆍ배ㆍ감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준칙으로 작용해 왔었기 때문일 듯싶다. 전통성, 혹은 관습에서 벗어남은 쉽지 않은 일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오늘날에 와 제물을 진설 할 때 조ㆍ율ㆍ이ㆍ시 외에 통상 사과가 더해지곤 한다. 제주는 이들 외에 감귤도 올린다. 그런 만큼, 육지부의 제사상에도 약리학적 가치가 과학적으로 검증됨과 함께, 소비 대중화가 이뤄진 감귤을 빼놓지 않고 올리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천신과 빈객 접대의 경우는 귀한 산물을 올릴수록 정성을 다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세조는 제주 감귤의 쓰임새가 매우 간절하다고 했음직하다. 반면, 그 물량은 제주 사회의 민폐를 야기할 정도로 거뒀던 감귤 물량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제주 감귤의 국가적 용도 가운데 가장 대규모의 감귤 물량이 요구됐던 것은 무엇일까. 이는 아마도 향약(鄕藥)으로의 쓰임새일 것 같다.

애초, 향약은 고려시대 11세기 후반 무렵 중국에서 들어온 약재와 국내산 약재는 구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어나는 가운데 생겨난 용어이다. 12세기 이후에 와서는 향약이 우리나라의 산야 및 바다와 강에서 나오는 모든 약재에 대한 총칭이자, 중국 약을 말하는 ‘한약(漢藥)’이나 ‘당재(唐材)’와 대비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약을 칭하는 용어로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조선도 고려시대의 자주적인 의약정책을 계승해 나아갔다. 그래서 향약이 조선 초기부터 국가적으로 널리 보급되는 한편, 점차적으로 대중화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향약 이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의료사업을 펼쳐 나아갔던 것이다. 특히 세종은 의토성(宜土性), 곧 ‘우리 땅에서 나는 약재가 우리 백성의 치료에 더욱 효과가 좋다는 것’을 더욱 중시·강조했다. 요샛말로 하자면, ‘신토불이(身土不二)’를 내세웠던 것이다. 세종은 1236년 간행돼 우리나라 전래의 의술서로서 가장 오래되고, 또한 고려의 본초학을 대표하는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의 향약연구와 수준을 계승하는 한편, 향약연구를 완성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그 결과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이 편찬·간행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1차 의료시스템이 구축되며, 향약연구도 일단락됐다고 본다. ‘향약집성방’은 백성이 향약을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국가적 필요에서 간행됐고, ‘동의보감’이 나오기 전까지 200여 년간 향약 관련 길잡이 역할을 담당했다.

‘향약집성방’은 우리 체질에 맞는 향약의 처방을 내놓고 있다. 본서는 의료시설이 미흡한 시골에서도 약을 쉽게 구해서 속히 효과를 볼 요량으로 편찬·간행되기도 했다. 이는 9대 국왕, 성종이 “통상 당약(唐藥)은 민간에서 얻기 어려우나, ‘향약집성방’에 실린 약의 경우는 서민도 다 분별해 알아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니, 노숙(老熟)한 의원에게 일상적으로 절실한 것을 뽑고, 언문(諺文)으로 번역해 활자본으로 만들어 민간에 나눠주도록 하라”고 했던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향약집성방’의 경우는 말미 부분에 해당하는 ‘향약본초(鄕藥本草)’가 가장 중요한 분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본초학 지식 모두가 수집·정리됐다고 한다. 곧, 702종의 약물에 대한 향약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감귤류 열매의 향약은 진피, 귤피, 청피(靑皮), 귤유(橘柚), 지각(枳殼), 지실(枳實)의 6가지가 확인된다. 이들은 모두 제주 산출의 감귤류 열매로서 가공된 약재로 봐도 틀리지 않겠다. 허준이 ‘동의보감’을 통해 약재로서 쓰는 감귤류 열매가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제주에서만 난다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이들 6가지는 ‘세종실록지리지’에 제주 산출의 약재로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진피, 청피, 지각의 경우는 전의감·혜민서와 같은 중앙 정부의 의료기구에 상납했던 사실도 확인된다.

결국, 조선 정부는 초창기부터 향약 이용의 1차 의료시스템 구축을 지향·실현했고, 제주 감귤류 열매의 약재도 국가적 주도의 공중보건과 관련해 끌어당겨야만 했다고 본다. 더욱이, 감귤류 열매의 약재가 국내에서는 오직 제주에서만 산출됐다. 이로써 제주 감귤은 다양한 국가적 용도 가운데 약재로서의 쓰임새에 가장 대규모의 물량이 들어갔음이 드러난다고 하겠다.

 

▲귤 껍질의 수치(修治)와 그 이유(1)-장기 보관 통해 약재 효과 향상

김태윤 한의학 박사·(재)제주한의약연구원 이사장

귤피는 장기 보관을 위해서 소금, 식초, 술, 설탕 등과 같이 둔다. 이는 수치(修治) 혹은 법제(法製)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기도 하다. 이때의 수치라 함은 우선 좋은 약재를 선택하고, 이후 질병과 치료부위에 따라 약재의 성질을 알맞게 변화시켜 약의 힘을 강화, 혹은 약화하기 위해 정해진 방법에 따라 제조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 귤피를 수치하는 형태와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썩지 않게 장시간 보관한다. 이로써 약효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진다.

두 번째는, 좋은 향기를 유지한다. 이는 약효를 보존하기 위함이다. 귤피는 불포화지방산인 정유(精油)가 많이 함유돼 있다.

이것이 산화되면 특유의 불쾌한 냄새(臭)가 발생하거니와, 그 산화는 빛, 열, 구리(銅)가 더욱 촉진한다. 그런 만큼, 산화되지 않게 보관용기를 잘 선택하고 저장해야 약효가 보존되는 것이다.

현재는 산화방지를 위해 질소가스로 충전한 다음 밀봉하든가, 혹은 산화방지제를 첨가하고 냉암소에 보관한다.

세 번째는, 귤의 모든 부위는 각각의 약효가 있음으로, 각 부위를 분리해 다양하게 활용한다. 그 중 주황과 흰색의 두 층으로 된 귤 껍질은 잘 나눠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귤 껍질 중에는 접착제와 같은 성격을 지닌 물질, 곧 펙틴(pectin)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펙틴의 경우는 귤을 자연방치하면 과육에서 수분이 나와 녹는다. 또 가열하면 펙틴 결합이 느슨해진다. 곧, 귤 껍질의 이층구조를 각각으로 분리하기 위해서는 직접 칼과 같은 도구로 나누거나 또는 열을 이용해 껍질에 균열이 생기게 하거나, 혹은 물을 사용해 나눈다. 물 사용의 경우는 뜨거운 물에 넣은 다음 찬 물에 담그기도 한다.

네 번째는, 치료 목적에 부합되도록 귤피와 기타 물질을 배합해야 한다. 이는 약물을 인체 내 에너지통로인 경락(經絡)을 통해 각 장기(臟器)에 약효물질(藥效物質)이 들어가 병을 치료하는 효과를 보고자 함이다. 이는 ‘인경보사설(引經報使說)’ 이론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귤피의 수치 형태와 그에 따른 효과와 관련해서는 더 거론할 점이 있으나, 오늘은 지면상의 관계로 여기서 이야기를 멈추고자 한다.

제주일보 기자  kangm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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