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관광'과 4.3유적
'어두운 관광'과 4.3유적
  • 뉴제주일보
  • 승인 2015.12.2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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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어두운 관광(Dark tourism)’은 인류의 죽음이나 슬픔을 대상으로 한 관광이다.

어두운 관광을 ‘검은 관광(Black tou rism)’ 또는 ‘슬픈 관광(Grief tourism)’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제주도에 어두운 관광이 존재할까?

어두운 관광이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이라면, 바로 제주도는 그런 것에 합당한 곳이 아닐까?

어두운 관광 즉 ‘다크 투어리즘’의 개념은 1996년에 그라스고 카레드니안 대학의 교수 존 레넌(John Lennon)과 말콤 훠리(Malcolm Foley)에 의해서 처음 제창됐다.

역사학자나 관광학자들은 죽음이나 재해에 관련하는 관광지에 관심을 갖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러한 장소를 방문해 관광객의 동기를 이해하려고도 애쓴다.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의 장소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명이 학살당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꼽는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생체실험실·고문실·가스실·처형대·화장터와 함께 희생자들의 머리카락과 낡은 신발, 옷가지가 담긴 거대한 유리관 등을 살펴보고, 나치의 잔학상을 기록한 영화 등을 관람한다.

그 밖에 9·11테러가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원자폭탄 피해 유적지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약 200만 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유적지 등을 다크 투어리즘의 장소로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표적 다크 투어리즘의 장소는 어디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수만 명의 양민이 희생된 제주4·3의 실상을 알려주는 제주4·3평화공원을 비롯한 4·3유적지들이 바로 그곳이다.

그 밖에 국립5·18민주묘지, 거제포로수용소,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을 들 수 있다.

또 제주도는 해방 직전 ‘결7호(決7號) 작전’에 의해 일본 본토방어의 보루로 삼았던 온갖 군사시설이 산재한 곳이다.

성산일출봉·송악산 등지의 해안진지동굴과 어승생악·가마오름 등지의 진지동굴은 4·3사건 당시에는 주민들의 은신처였으며, 토벌대의 주민 학살 장소가 되기도 했다. 주정공장은 4·3 때 주민들을 대거 수용한 대규모 민간인 수용소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다크 투어리즘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4·3유적지 보존·관리를 위한 제주4·3과 관련된 유적지 조사를 실시하고, 4·3유적지와 주변 경관을 연계한 4·3길을 개통하는 등 제주4·3의 역사와 문화를 손쉽게 알 수 있도록 서두르고 있다.

제주4·3평화기념관 방문객 수는 2008년 10만1000명에서 2015년 11월 말 현재 15만4000명으로 51% 증가했다.

외국인도 매년 평균 2000여 명이 방문해 4·3평화기념관이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문화재로 등록이 가능한 대표적 유적지 2개소를 대상으로 등록문화재로 지정,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과거의 비극적 장소를 직접 방문해, 이를 다시 기억하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데 다크 투어리즘의 목적이 있다.

그래서 ‘기억산업’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에는 죽음과 재앙의 장소에 대한 방문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상품인 다크투어리즘이나 영화, 방송, 애니메이션, 박물관, 축제 등과 같은 일련의 영상 기억 등이 포함된다.

4·3유적지를 등록문화재로 관리한다는 문화재산업(Heritage Industry) 또한 과거의 유적과 공간 등이 보수되고, 단장돼 사람들을 유인하는 관광 상품으로서 소비되는 기억산업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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