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보와 플라시보
노시보와 플라시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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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원. 아름다운피부과 원장

[제주일보] 약이 독하지는 않습니까? 부작용이 많진 않습니까? 인터넷에 찿아 봤더니 심각한 병인 것 같아서 걱정인데 괜찮을까요? 진료실에서 종종 듣게 되는 질문들이다. 어디까지 말해 줘야 할까? 약의 부작용이나 병의 상태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딜레마에 빠진다. 모든 약에는 노시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노시보는 라틴어로 ‘나는 해를 입을 것이다’라는 뜻으로, 약의 부작용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면 가짜약을 주어도 실제로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으로 부정을 바탕으로 둔 정신적 효과를 말한다.

2007년 뉴질랜드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노시보 효과가 나타났다. 한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제조 공장을 캐나다에서 독일로 바꿨다. 국가는 달라졌지만 두 곳 모두 같은 회사가 소유한 공장이고 약 성분도 똑같았다. 다만 약의 크기와 색깔, 글자 표시만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모양이 바뀐 다음 18개월 동안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한 사람의 비율이 무려 2000배 가까이 늘어났다. 조사 결과 약에 대한 헛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새로 바뀐 약이 인도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유전자 조작된 원료와 MSG가 들어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떠돌고 덩달아 언론에서도 약이 바뀌고 나서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들의 사례를 보도하면서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했던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들을 보면 노시보 효과를 경험하는 환자 수가 상당하다. 어떤 약이 효과가 있는지 연구하는 임상시험에서 설탕으로 만든 가짜약을 받은 환자들도 대략 20%까지 부작용을 경험한다. 물론 약의 부작용에 대해 조심하는 건 필요하지만 지나친 걱정은 해롭다. 문제는 한 번 갖게 된 부정적인 마음은 쉽게 떨쳐낼 수 없다는 것이다.

플라시보는 ‘좋아지게 하다, 만족스럽게 하다’라는 뜻의 라틴어로, 플라시보 효과는 긍정적인 기대와 믿음이 가짜약에 약효를 불어넣는 것을 말한다. 플라시보 효과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 그리고 왜 좋아질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한 논리가 버무려져 실제로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짜거나 속임수는 아니다. 최근 뇌 영상학이 발전하면서 위약을 복용한 후 뇌를 관찰해 보니 진짜 약을 먹었을 때와 같은 변화가 관찰되었다. 우리의 정신이 믿는 대로 몸이 반응한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당신이 플라시보다’의 저자 조 디스펜자는 척추 뼈가 여섯 개나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수술을 거부하고 하루에 두 번, 한 번에 두 시간씩 내면으로 들어가 완전히 치유된 척추 그림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9주 만에 일어났고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가짜약 같은 외부의 어떤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을 믿고 스스로 내면의 어떤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면 스스로 플라시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플라시보 효과는 오랜 질병이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받기 쉬운 건강염려증, 심인성 스트레스 등에서 효과적이다. 암까지 없애버린 사례도 있지만 플라시보가 효과가 있는 지는 질병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무턱대고 적용하면 안된다. 플라시보는 쉽게 관찰되지만 그것이 플라시보가 검증된 약보다 낫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특히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요즘 건강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물론 질병의 예방법이나 건강상식 같은 유익한 정보도 많지만 검증되지 않고 과장된 것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흔히 보는 질환도 진행이 되면 심각한 상태로 발전될 수 있다거나 극히 드문 부작용까지 열거된 정보를 접하게 되면 환자는 불안하고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는 것이 힘일 수도 있지만 모르는 것이 약이 될 때도 있다. 정보의 취사 선택은 본인 몫이지만 일단 치료에 임하게 되면 노시보 효과는 최소화하면서 플라시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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