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과 이주민, '우리'가 되려면
원주민과 이주민, '우리'가 되려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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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한국인의 삶은 ‘우리’ 속에 있다.
우리 집, 우리 학교, 우리 회사, 우리 나라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떠난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모든 것이 ‘우리’안에서 자리매김된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지역주의가 그렇고, 그렇게 생겨난 ‘우리가 남이가’ 우리끼리 문화가 그렇다.  ‘우리’가 아닌 사람들은 타자(他者)다. 역사적으로 외지의 침탈을 받아 온 제주도의 경우 ‘우리’는 더욱 그렇다.

제주도민들에게 ‘우리’는 독특한 ‘괸당 문화’ 등 ‘삶의 틀’로 자리잡아있다.

그제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주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정착주민 정책 개선방안 워크숍’에서 발표된 정착주민(타지방에서 온 이주민) 500명 대상의 설문조사결과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최근 5년간 제주에는 타 지역에서 5만명 이상이 유입됐다. 이러한 인구유입은 지난해 하반기에 고개를 숙이더니 지난 달에는 순이동 규모가 1230명을 기록하면서 다시 늘었다. 제주 이주열풍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주목된다. 이렇게 인구 유입이 늘어나고 있으니 이주민과 원주민과의 관계는 이제 제주사회 발전의 주요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원주민과의 관계에 대해 51.1%가 ‘보통’이라고 대답했다. 나머지 36.2%가 ‘대체로 좋다~매우 좋다’고 답변한 반면 12.7%는 ‘매우 좋지 않다~좋지 않다’고 대답했다.

원주민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이유는 ‘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다’(48.9%)거나, ‘지역주민들이 배타적’(20.1%)이라고 했다. 이 설문조사는 이주민 만을 대상으로 했다. 원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양측의 관계를 비교·진단해 보는 것이 사실 상 어려운 맹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에 나타난 ‘원주민들과 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고, 지역 주민들이 배타적’이라는 이주민들의 말은 제주사회가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원주민이 이주민을 보는 눈이 ‘우리’와 ‘그들’로 구분하고 ‘그들’을 타자화(他者化)하는 것은 아닌 지 걱정된다. 그런 점에서 이주민과 원주민의 교류를 지원하는 일은 시급하고도 절실한 과제다.

제주에서 살겠다고 들어온 사람들이 먼저 원주민과 유대에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물론 그동안 살아온 삶과 사고방식이 다르니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제주사회는 ‘우리’라는 공동체적 생활방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어서 주민들과의 유대가 삶의 형태를 좌우하는 곳이다. 마을에 전입신고만 하면 주민등록이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우리’가 되지 않는다.

이주민들이 원주민들에게 평생을 함께 살아갈 사람이라는 걸 인식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마을행사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상부상조의 나눔정신이 필수적이다. 원주민들도 열린 마음이 절실하다. 소위 텃세를 부리는 일만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제주도가 이주민을 위한 멘토제도와 같은 정착지원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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