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의 함정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의 함정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7.03.2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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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이 결국 재추진되고 있다. 외형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용은 ‘행정시장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진 배경은 특별자치도 출범 시기인 2006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개 자치 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을 없애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 체제로 개편했으나 지난 10년간 도민사회에서 끊임없이 개선 요구가 나오면서 개편 작업을 추진하게 됐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이 같은 추진 방침에 발맞춰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읍면동별로 도민설명회를 진행했다. 이어 다음 달 말까지 ‘현행 체제 유지안’과 ‘행정시장 직선안’, ‘기초지자체 부활안’ 등 3개 안을 놓고 여론조사 방식으로 도민 선호도를 조사한 후 결과를 반영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게 제주도의 입장이다.

도민들에 대한 행정 서비스 강화와 효율성 극대화 측면에서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행정체제개편 도민설명회 책자 내용을 보면 쉽게 납득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군데군데 본질을 벗어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느낀 건 비단 나만의 오해일까.

한번 짚어보자. 현행 행정체제의 문제점으로는 ‘생활 민원처리 지연’, ‘행정서비스 질 저하’, ‘주민참여 제약’ 등을 거론하면서 한편으로는 ‘도지사 권한 집중’ 및 ‘행정시장 권한 미약’과 연결시키고 있다.

그동안 지적된 내용이지만 마치 근본적인 원인이 ‘임명직 행정시장’에게 비롯됐다는 것으로 들린다. 단순하게 반대로 풀이하면 임명직 행정시장을 선출직으로 바꿔야 생활 민원도 처리되고 행정서비스 질도 좋아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설명회 책자에 뒤이어 설명된 Q&A 내용은 이 같은 해석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준다. 가장 먼저 나오는 ‘특별자치도 행정시장 임명제의 부작용’이 그것이다.

책자에는 “모든 권한이 도지사에 집중된 반면 행정시장의 권한 약화로 행정시 민원 대응능력이 저하되고, 도 본청에서 행정시에 대한 예산 및 재정권을 갖고 있어 행정의 지역문제 해결능력이 미흡하고, 행정시 간 경쟁 부재로 행정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지역전체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문제는 현행 행정체제의 문제점을 모두 ‘행정시장 임명제의 부작용’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설명회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들은 도민이라면 당연히 현행 체제는 잘못된 것이고, 더 나은 대안(시장 직선제, 기초자치단체 부활)으로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이 같은 설명 내용이 모두 맞는 말일까. 지난 10년간 나름대로 특별자치도 행정체제를 관찰하고 분석해온 기자 시각으로는 올바르지도 공정하지도 못한 내용이다.

사실 행정시장의 위상 약화 문제는 단순하지 않은 사안이다. 그러나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행정시장이 행정시 조직과 시민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에 있다.

일례로 도지사가 직접 임명한 행정시장 대신 부시장에게 힘을 더 실어주고, 조직 내부에서도 ‘실세 부시장’이라고 시장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주객전도된 이런 어쭙잖은 상황이 당연시되다 보니 시민들까지 행정시장을 외면하게 됐고, 행정시장 임명에 있어서도 ‘전문성’보다 ‘표’를 염두에 둔 정치공학적 계산이 앞서다 보니 제대로 된 행정시장을 기대할 수 없었던 태생적 한계 속에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중요한 방향점은 ‘행정시장 직선제’보다 ‘행정시장의 권한 강화를 통한 위상 찾기’라 할 수 있다. 이는 현행 특별자치도지사 선거에서 행정시장 러닝메이트를 의무화하는 대신 시청 국장급 인사권과 재정 자율권 등의 권한을 확실하게 부여한다면 충분히 보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안타까운 건 행정시장 직선제가 진정 도민을 위한 행정체제인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과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논쟁을 벌이고 예산을 쏟아 부어야 되는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분명해진 건 적어도 또다시 함정에는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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