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꿈
나비의 꿈
  • 제주일보
  • 승인 2017.03.2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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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인문학 공부에 빠졌다. 동양고전에서도 장자와 노자의 사상이었다. 장자는 노자의 사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람이다. 노자의 글이 깊고 사색적인 시(詩)라면 장자의 글은 길고 흥미로운 비유가 많은 소설에 가깝고 일관성이 있어서 훌륭한 문학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중국 춘추시대의 인물로 학자들은 보고 있으며 소요유(逍遙遊)가 명언이다.

나는 장자의 글 중에서 장주몽접(莊周夢蹀)이 눈에 들어왔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는데 황홀한 나머지 자신의 존재조차 잊어버렸다.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보고 듣는 것이 현실이며 꿈은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자는 자신과 나비 모두 현실이며 도(道)가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나는 공부를 하다가 와우정사에서 봤던 나비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조직검사를 받고 착잡한 마음을 달래려고 와우정사의 와불에 기도하러 갔었다.

반달형으로 에둘러진 곳에 층층이 계단식이 눈길을 끈다. 그곳에는 현무암으로 조성된 듯한 거므스레하고 아담한 몇 백 개의 부처님이 구경꾼인 듯 착각을 하게하고 있었다. 특이한 모습이라 여기는 순간, 검정색 나비 한 마리가 날개 짓을 하고 그곳에서 탈출하며 내 앞으로 다가온다. 돌부처가 우주의 별로 보이는 순간 어느 영혼이 나비로 환생하여 내게 다가오는지 꿈을 꾸고 있었다.

검은색 테두리의 노란색 호랑나비는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계절에 따라 크기가 다른 의문이 가는 찰나였다. 습기가 많아 보이는 음침한 장소여서 호랑나비가 되었는지 애벌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이 머무는데 갑자기 말벌 한 마리가 대각선 방향에서 날아왔다. 말벌보다 열 배 이상 큰 검정나비의 허리춤을 순식간에 물더니 기어코 쓰러뜨린다. 나비는 5분여 동안이나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써보았으나 기진맥진하여 쓰러진다. 나비가 독침에 찔렸나보다. 날아가려고 발버둥 치며 파닥거리는 모습이 가련하다.

말벌은 사람들이 벌집을 건드렸다가 벌독에 쏘여 불상사가 났던 소식을 접한 후라 더욱 무서웠다. 내가 나뭇가지를 찾아서 떼어 놓으려하여도 독침일거라는 상상에 발만 동동 굴러졌다.

나비가 하강 할 때의 모습은 내 젖가슴의 조직일부를 떼어내면서 세침으로 생검 할 때의 아픔으로 밀려왔다. 바로 일주일 전의 일인데 내 가슴이 찌릿해오며 그 자리에서 꼼짝 달싹 못하고 내 몸이 무거워졌다.

벌도 나비도 나와 같은 목숨이지 않을까. 나비와 벌의 세계에도 도가 있다. 약육강식의 먹이사슬 관계에서 보면 얼마나 굶주렸기에 냄새와 향기를 맡으며 순식간에 살생을 했을까. 삶의 인연이 그만큼이었는지 자연 생태계의 변화에 주목하고 싶어진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죽으면 꿈이 멎겠기에 살아있는 동안 꿈을 꾸고 싶다고 애원했는지도 모른다. 꿈꾸는 동안 외롭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을까.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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