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제주의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 제주일보
  • 승인 2017.03.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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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봄은 꽃의 계절이다. 긴긴 겨울을 지내고 피어난 꽃들은 참으로 귀엽고 아름답다. 게다가 사람들은 생리학적으로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여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그 떠남에 있어서 꽃을 만난다는 것은 기쁨이요 즐거움이다. 아마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곳이 제주일 것이다. 2월부터 유채꽃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3월이며 휘황찬란하게 만개하여 봄 소식을 담은 한 폭의 수채화를 우리들에게 선사해 준다. 제주의 웅장한 자연환경과 한껏 어우러져 피는 모습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형언할 수 없는 달콤함과 신비함이 있다. 어찌 저토록 노란 빛깔을 띠고 있을까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유채꽃의 꽃말은 명랑, 쾌활, 희망, 달성 등이 포함돼 있다. 어쩌면 올해 한국이 처한 상황에 희망을 주는 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유채꽃에는 비타민A와 C가 다량 함유돼 피로 회복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에는 봄과 관련된 축제도 많다. 대표적으로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 일대에서 펼쳐지는 유채꽃 축제는 4월 1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푸른 바다와 돌담이 잘 어우러져 연인들에게 더없는 낭만을 제공한다. 이밖에 유채꽃 명소로는 함덕 서우봉, 우도, 성산 일출봉, 중문 컨벤션센터, 산방산 일대 등이다.

제주 왕벚꽃 축제도 유채꽃 못지 않게 인기를 끈다. 매년 제주시 전농로 일대와 애월읍 장전리 등에서 ‘왕벚꽃 축제’를 통해 ‘봄의 교향악’을 노래한다. 올해에는 오는 31일부터 4월 9일까지 열리는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과 국악소녀로 잘 알려진 송소희가 참여하는 행복콘서트도 진행된다. 또한 왕벚꽃길에서 거리 전역을 축제 공간화해 문화거리축제로 운영된다. ‘낭만벚꽃 가득한 제주의 봄날’이라는 부제로 양쪽에 늘어선 왕벚꽃 감상과 더불어 벚꽃터널을 조성해 화려한 추억의 벚꽃길을 제공하고 왕벚꽃 건강 걷기행사가 진행된다. 이번 축제기간 중에는 ‘왕벚꽃 축제 사진공모전’도 개최된다. 이뿐만 아니라 제주의 봄 소식은 고사리 축제, 튤립 축제 등을 통해서 많은 관광객들에게 낭만을 선사한다.

제주의 꽃은 신화에서도 존재한다. 노란 물을 건널목까지 차오르는 붉은 큰 강을 건너면 있다고 하며 죽어야만 갈 수 있으나 저승계도 아니고 이승계도 아니다. ‘서천꽃밭’의 꽃들은 광천못에서 기른 물로 자라는데 광천못에서 물을 떠와 꽃들에게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죽은 아이들이다. 이들을 서천꽃밭의 동자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승에서 볼 수 없는 기묘한 꽃들이 피어 있다. 수라멸망악심꽃, 울음꽃, 웃음꽃, 싸움싸울꽃, 선심꽃, 환생꽃, 생불꽃 등이며 대부분 새로운 생명의 부활, 인간의 감정을 상징한다.

대체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세 명의 삼신할미가 옥황상제로부터 다섯 가지 꽃씨를 얻어 뿌린 뒤 피어난 오색 꽃의 색깔에 따라 아기의 생명과 운명을 점지했다고 한다. 하여 서천꽃밭에는 동서남북과 중앙에 각각 푸른 꽃, 흰 꽃, 붉은 꽃, 검은 꽃, 노란 꽃이 피어난다. 꽃의 색깔에 따라 각각 다른 운명을, 삼신할미가 아기에게 점지를 해준다는 것이다. 서천꽃밭에서 일하는 동자들은 만 15세 이전에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안락국 이야기의 제주도 구전설화 ‘이공본풀이’에서 전해 내려온다. 한락궁 역시 어머니를 서천꽃밭의 꽃으로 되살린다는 얘기도 있다. ‘뼈오를 꽃’으로 뼈를 되 리고 ‘살 오를 꽃’으로 살을 되 살리고 ‘피오를 꽃’으로 피가 돌았고, 피오를 꽃을 뿌리니 맥박이 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록 신화이지만 말만 들어도 생동감이 넘친다. 바로 생명이자 환생인 것이다. 제주 선흘에서는 그 축제가 열렸는데 올해는 어떤지 모르겠다.

세계적인 보물섬 제주에 대해서 이 봄에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낭만과 추억, 그리움과 행복, 희망이 있는 그런 제주였으면 좋겠다. 산다는 것은 그 자연과 친숙해져야 한다. 그러면서 제주의 봄은 신화에서 온다는 것을 생각해 ‘봄직’ 아니한가.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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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제주의3월 2017-03-30 17:38:29
제주의봄은 돼지똥구멍에서 부터 오는가보다
그러기에 겨우내 얼어붙어 잠잠하던 똥냄새가 진동하기 시작 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날이면 어김없이 바람에 실려오는 똥냄새는 또다시 주민을 찬바람에 창문 여미듯 영혼을 방구석으로 가둬버리고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