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대선 핑계로 놀자는 건가
공직사회가 대선 핑계로 놀자는 건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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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대선과 공직선거법을 핑계로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몸사리기 풍조가 제주도와 행정시에 만연하다고 한다.

제주지역 현안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등이 대선 이후로 연기된 것이다.

선거법 상 선거일 6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지자체장이 사업설명회나 공청회, 체육대회, 경로행사, 교양강좌 등을 개최하거나 후원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시급한 현안과 관련한 행정절차라면 마땅히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고 가능하다면 시행해 나가야 한다.

그게 공직자의 자세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지난 해 4월부터 읍·면·동별 주택수요를 고려한 택지 개발타당성 검토용역을 시행하고  최근 지역 별로 3배수 후보지를 결정해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었다.

공공택지 개발은 도내 13개소에서 추진되고 있다. 당연히 읍·면·동 주민들의 이해와 밀접한 집단 관심 사안이다. 그런데도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선거법을 이유로 대선 이후로 연기해 버렸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행정절차는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본지가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이런 설명회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법령이나 시행령 등에 근거가 있거나 시급성이나 집단성이 인정되면 개최할 수 있다고 한다.

대선 이후로 일을 미뤄버린 공무원들은 ‘장미 대선까지 50여 일’을 휴가로 생각해 “얼씨구 좋다”고 “놀자” 한 건가.

마땅히 해야할 일을 뚜렷한 이유 없이 하지 않아 민생에 피해를 주는 이른 바 복지부동(伏地不動) 공무원들을 도려내겠다고 한게 엊그제 같은 데 제주도 공직사회가 지금 이 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가 혼란한 상황이다. 이럴수록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실상은 이렇게 어이가 없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모든 공무원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일부에서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고 일을 추진한 곳도 있다. 제주공항 주변지역 개발구상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대한 설명회는 예정대로 오는 27일과 28일 제주시 용담2동과 도두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열릴 예정이다. 또 헬스케어타운 제5진입로 개설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에 대한 사전 주민설명회도 27일 서귀포시 영천동 사무소에서 열린다.

개정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은 ‘소극행정’을 징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불편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는 물론 지휘감독자도 엄중 문책하도록 했다.

이 같은 소극행정 중징계 방침은 그간 공직사회에 ‘불법과 비리만 없으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자리잡아온 데 따른 것이다. 그 결과 공무원들 사이엔 몸을 사린 채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게 ‘삶의 지혜’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이번 공무원들이 대선과 선거법을 핑계로 일을 하지않는 행태들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도민들은 경기침체의 벌판에서 삭풍을 맞고 있는데, 공무원들은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넘기면 된다는 구태에 빠져 있어서야 되겠는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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