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천주교회 역사를 다룬 최초의 통사”
“우리나라 천주교회 역사를 다룬 최초의 통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2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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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회사(韓國天主敎會史)
1,2 조선교회사서론 표지와 속지, 3,4,5 한국천주교회사 속지와 첨부 지도, 한글표

[제주일보] 몇 년 전, 꼭 갖고 싶었던 책 가운데 하나를 중국에서 찾았다. 발견 즉시 부랴부랴 베이징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취해서 매입에 나섰는데, 그 친구의 신세를 지고도 한 달 후에나 받아볼 수 있었다. 한참을 찾았던 책이라 그 책을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더디게 흘렀지만, 우리나라와 관련된 양서(洋書)를 전혀 관계가 없는 제3국에서나마 구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우리나라 천주교회(天主敎會)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책. 바로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Missions étrangères de Paris) 소속의 샤를르 달레(Charles Dallet,1829~1878) 신부가 집필해서 파리에서 출판한 ‘한국천주교회사(Histoire de L‘Église de Corée)’(Victor Palme,1874)이다.

원래 이 책은 1845년 조선에 입국해서 21년간 선교활동을 하다가 1866년 병인박해(丙寅迫害) 때 순교(殉敎)한 다블뤼(Daveluy,1818∼1866) 주교가 편찬을 계획했던 것이다.

그가 1857년부터 조선 순교자들의 전기와 ‘황사영백서(黃嗣永帛書)’, 정약용(丁若鏞)의 ‘조선복음전래사(朝鮮福音傳來史)’ 등 국한문자료들을 수집하여 불어로 번역해서 파리외방전교회에 보냈다.

1862년에는 그 자료들를 바탕으로 저술한 ‘비망기(備忘記)’와 ‘순교자비망기(殉敎者備忘記)’ 등 관련 자료도 건강 상의 이유로 편찬을 포기하고 모두 파리로 보냈는데, 이것을 달레 신부가 1872년부터 정리하고 당시 조선에서 활동하던 다른 선교사들의 서한 등 자료를 추가해서 편찬한 것이 바로 이 ‘한국천주교회사’이다.

우리나라 천주교회의 역사를 다룬 최초의 통사(通史)라는 사학사(史學史)적인 의미와 더불어, 당시 다블뤼 주교가 수집했던 국한문자료 대부분이 소실되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고 하겠다.

이 책은 모두 2권, 1167쪽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으로, 내용 상으로는 당시 조선을 소개하는 서론(序論) 부분과 천주교 전래 과정을 서술한 본론 부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제1권은 조선의 지리, 역사, 언어, 신분, 여성, 가족, 종교, 조선인의 성격, 풍속 등 15개 항목을 192쪽에 걸쳐 소개하는 서론과 1592년 임진왜란에서 1831년 조선 교구(敎區) 설정까지를 수록했고, 제2권은 조선교구 설정 이후부터 1866년 병인박해까지를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 서설은 당시에도 조선의 이모저모를 파악할 수 있는 문헌으로 주목 받아서 영국, 러시아,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교회사서설(朝鮮敎會史序說)’(李能植·尹志善 譯,大成出版社,1947)과 ‘조선교회사서론(朝鮮敎會史序論)’(丁奇洙 譯,探求堂,1966)이라는 서명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이 책은 1979~80년에 걸쳐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한국천주교회사(安應烈·崔奭祐 譯註)’ 상·중·하 3권으로 완역(完譯) 출판되어 지금은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천주교 전래과정과 그 역사, 19세기 후반 벽안(碧眼)의 선교사들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읽어 보시길 권해 드린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1845년 9월 28일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 표착했던 김대건 신부와 함께 온 페레올(Jean Joseph Ferreol,1808~1853) 주교 외에 또 한 사람의 신부가 있었으니 바로 그가 다블뤼 신부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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