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에 휘둘리는 사회
가짜 뉴스에 휘둘리는 사회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03.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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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감정에 대한 호소나 개인적 신념이 객관적 사실보다 여론 형성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뜻을 지닌 ‘포스트 트루스(Post-truth·탈진실)’라는 단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진영 갈등, 이와 맞물린 ‘장미대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등 굵직한 사회 이슈가 우리나라를 휩쓸면서 ‘가짜뉴스’에 의한 여러 가지 폐해가 알려지는 것은 포스트 트루스 시대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전문기업 다음소프트는 2014년 1월 1일부터 지난 9일까지 블로그(4억6377만건), 트위터(81억4790만건), 뉴스(3051만건), 커뮤니티(3990만건) 내 가짜뉴스 버즈량(언급량)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 20일 발표했다.

그 결과 지난 두 달여 간 가짜뉴스 관련 언급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6358건)이었다. 2위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5778건)였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5563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3611건), 손석희 JTBC 사장(2621건) 등이 뒤를 이었다.

2016년에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2584건)가 1위였다.

가짜뉴스 소재로는 ‘극우’, ‘빨갱이’와 같은 극단적 정치성향(33%)과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선거(28%), 범죄(20%), 경제(8%), 증오(7%), 전쟁(3%) 등 소재가 많았다.

가짜뉴스는 불안한 심리, 증오·반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파고드는 경향이 강하다.
인터넷 상에서 가짜뉴스 언급량은 2014년, 2015년 각각 1666건, 820건에 불과했으나 2016년이 되자 1만1239건으로 늘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논의가 본격화된 올해에는 지난 9일까지 약 두 달여 간 7만7257건으로 폭증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직전인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가짜뉴스에 관한 언급량은 1111회였으나 탄핵 결정 이후 3일간 가짜뉴스 언급량은 590회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는 탄핵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가짜뉴스에 관한 관심이 뚝 떨어진 탓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번 분석에서 가짜뉴스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은 많아졌다. 2014년에는 가짜뉴스와 관련한 긍정적 단어와 부정적 단어의 비율이 각각 6%, 94%였으나 올해는 그 비율이 각각 1%, 99%로 더 벌어졌다.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3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와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가짜 뉴스의 경제적 비용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가짜뉴스로 인한 총 경제적 비용은 30조99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5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1559조원의 1.9% 수준이다.

뉴스 당사자가 받는 피해 금액은 22조7700억원(개인 5400억원, 기업 22조2300억원)이었고, 사회적 피해 금액은 7조3200억원이었다.

오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선거관리 당국과 검·경은 ‘가짜뉴스 비상’이 걸렸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탈퇴) 국민투표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현상을 목격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유포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목격했고 그 후유증이 크고 상처가 깊다는 것을 확인했다.

분명한 사실은 가짜뉴스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인터넷을 통해 퍼진 후에는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가짜뉴스가 당락에 영향을 줄 정도로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폐해를 낳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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