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9급’에 줄서는 사회
젊은이들이 ‘9급’에 줄서는 사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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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공무원 시험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제 제주도가 지방 공무원 공채경쟁 임용시험 응시원서를 마감한 결과 역대 최대인 3976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374명을 선발하므로 평균 10.6대 1의 경쟁률이다. 이런 경쟁을 뚫어야 하니 ‘9급 고시’라고 부를만하다.

공무원 인기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심해졌다. 비정규직 도입과 명예퇴직 등으로 민간기업의 고용불안이 심각해지면서 안정된 공무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기에 공무원 처우가 꾸준히 개선돼 이제는 대기업 수준에 육박했다. 공무원 연금도 개혁했다지만 아직도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좋은 조건이다.

여성에게 있어서도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같은 양성(兩性)평등 인사정책은 경력단절없이 장기간 근무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공무원 선호도는 높아만 간다.

특히 9급은 5급 행정고시 출신에 비해 승진이 늦어서 정년을 채울수 있다보니 인기를 끌고 있다. 빨리 고위직에 올라 ‘굵고 짧게 사는 것’보다 하위직을 하더라도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산업사회로 진행하면서 1970~1980년대 이후부터는 고시를 제외하고는 공무원 시험의 인기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런데 청년실업이 단군이래 최악이라는 현실에서 안정된 직장을 찾아보니 사실 상 공직을 능가하는 직업이 없게 됐다. 너도나도 ‘9급 고시’ 대열에 합류하는 청년들의 고충을 이해 못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하위직 공무원에라도 목을 매는 젊은이들이 급증한다는 사실은 예사로 봐 넘길 일이 아니다.

물론 공직사회에도 우수한 두뇌가 꾸준히 유입돼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같은 과열현상은 한참 비정상이다.

도전정신으로 충만해야 할 우수한 젊은이들을 일찌감치 9급 공무원으로 주저앉히는 사회에서는 역동적인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저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직 지원이 늘고있는 현실을 더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비정규직의 확산 같은 엄혹한 취업시장과 금수저 흙수저 계급론, 천민자본주의로 상징되는 일그러진 자화상은 젊은이들의 가슴에 냉소를 심어놓기에 충분하다.

해법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수밖에 묘수(妙手)가 없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고용시장의 심각한 고용구조를 하루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우리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젊은이들의 창조적인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50일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가 해야할 급선무가 젊은이들이 자포자기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취업 생태계를 개선해 나가는 일이다. 젊은이들에게 창의력과 의지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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