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서 배우자
꽃에서 배우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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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 서귀포시 대천동

[제주일보] 기다리던 봄은 왔지만 아침저녁 무렵에는 쌀쌀하다.

우리는 추우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봄을 맞이하는 자연은 의젓하기만 하다. 이제 봄바람이 불어오면 꽃의 축제가 시작된다.

꽃은 제가 나설 때를 알고 때에 맞춰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입춘이 지나 매화꽃을 선두로 제주시 전농로 주변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나면 진달래·철쭉이 줄을 서서 꽃을 피운다.

우리 인간은 나서야 할 때 나서지 못하고,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서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종종 마음이 우울할 때가 있다. 모든 걸 다 내려 놓고 마음을 비우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누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반짝이는 별이 있어서고 지구가 아름다운 것은 예쁜 꽃이 있어서라고.

계절의 여왕인 5월에는 꽃 중에 꽃인 장미가 향기를 뿜어 발길을 잡는다. 여름철에는 해바라기가 뙤약볕에도 굴하지 않고 태양을 마주 보면서 당당하게 고개를 든다.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이는 것은 꽃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힘이 없어서 숙이듯 연륜의 표현이라고 해야 정답일 것이다.

우리 인간은 나이가 저물어 갈수록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은 욕망 때문에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노라고,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눈감은 사람이 그토록 하루라도 더 살고 싶었던 날이 아니던가? 먼 훗날 참 멋지게 살다가 간 사람이라고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 안에 내재돼 있기 때문에 욕심이 생기리라.

아웅다웅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욕심내며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지려고 저마다 진흙탕 싸움하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 마음을 비우고 내려 놓으면 편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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