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예찬
제주 감귤예찬
  • 제주일보
  • 승인 2015.12.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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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前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추사 김정희는 제주 대정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자신의 적거지를 ‘귤중옥(橘中屋)’이라고 이름 지을 만큼 귤을 예찬했다.

‘매화, 대나무, 연꽃, 국화는 어디에나 있지만 귤만은 오직 내 고을의 전유물이다. 겉빛은 깨끗하고 속은 희며 문채(文彩)는 푸르고 누르며 우뚝이 선 지조와 꽃답고 향기로운 덕은 다른 것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므로 나는 그로써 내 집의 액호를 삼는다(梅竹蓮菊在在皆有之/橘惟吾鄕之所獨也/精色內白文章靑黃/獨立之操馨香之德/非可取類而比物吾以顔吾屋).’라고 했다.

그가 ‘귤중옥’이라고 지은 것은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이자 비극시인이었던 굴원(屈原)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왜냐 하면 정색내벽(精色內白)은 굴원의 쓴 ‘귤송’의 문장이기 때문이다. ‘정색’은 투명한 빛을 말하며 껍질의 매끌매끌한 느낌을 말한다. ‘내백’은 겉껍질 속에 하얗게 싸고 있는 안 껍질을 묘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추사는 ‘폐심자신 부종실과혜(閉心自愼不終失過兮)’라고 표현하는데 귤껍질이 부드러운 열매를 보호하는 것에 대한 찬미이다. 심(心)을 지키기 위해 밖을 감싸는 열매에게서 스스로가 배소에서 살아갈 지혜를 담고 있다. 결국 ‘귤중옥’은 귤 열매, 그것을 감싸는 부드러운 껍질을 보면서 마음의 본뜻을 지키는 아름다운 공부처임을 말하고 있다.

추사뿐만 아니라 제주에 유배온 조선시대 인물들은 저마다 귤에 대한 예찬론을 늘어놓는다.

정헌 조정철은 1777년 정조시해 사건과 연루됐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제주로 유배됐다. 그는 제주에서 죄인으로 지내는 동안 ‘홍윤애’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조정철은 정의현으로 이배되기 전에 주로 제주 동문성 주변에서 사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당시 제주과원에 있는 귤의 품종을 유감, 별귤, 대귤, 당금귤, 동정귤, 소귤, 당유자, 감자, 금귤, 유자, 산귤, 지귤, 등자귤, 석금귤 등으로 구분해 그 특징을 기록해 두기도 했다. 귤에 관한 시문도 전해진다.

‘물이 많고 맛이 달고 향이 많아서/향냄새가 입안 가득하다/조금 신맛이 있어서 맑고 시원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한 개를 상머리에 두면 향기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그는 또 나중에 제주목사로 부임했을 때 관아가 관리하는 감귤과원을 12군데나 설치하고 15종의 귤 품종에 대한 특징을 일일이 파악해 글로 남기는 한편, 일반에게도 재배를 장려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이렇듯 귤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랑을 받아온 국민과일이다. 조선시대 때에는 부지런히 임금님 앞으로 진상을 하려고 배를 타고 한양으로 향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 소비가 뜸하다는 소식이다. 알다시피 감귤은 겨울이 제철인 국내 유일의 과일이다. 지난 10월부터 제주 노지감귤이 본격 출하되고 있지만 소비시장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입산 열대과일을 선호하고 있어 제주감귤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에구, 깊어가는 겨울에 귤을 진정 사랑해보자.

제주도에서는 신토불이 제주감귤 소비에 힘을 모으자며 홍보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참에 제주감귤의 효능을 적극 강조할 필요가 있다.

최근들어 감귤이 비만을 억제시키고 당뇨, 고혈압 등에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일본 시즈오카현 연구소에서 실시한 대규모 역학조사에서 하루 감귤 4개 이상 먹었을 경우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발병률이 최고 50% 이상 감소했다. 또한 베타클립토키산틴이라는 물질은 간암 발병률을 억제시킨다는 임상 실험결과가 나왔다.

귤은 국적없는 열대과일보다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비타민C의 선두주자 과일이다. 추운 겨울 건강하게 지내려면 제철과일 귤을 사랑해봄직 아니한가. 저 세상에서 누가 데리려고 오거든 지금 귤을 맛있게 먹고 있다고 전해라~.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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