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피는 해안동
매화가 피는 해안동
  • 제주일보
  • 승인 2017.03.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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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범. 서부경찰서 하귀파출소

매화가 피는 계절, 봄이다.

매화나무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조매(早梅)’, ‘동매(冬梅)’, ‘설중매(雪中梅)’로 불린다. 아울러 색에 따라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라 부른다.

제주시 해안동 도처에도 매화나무가 있었다. 특히 ‘진산전’(현재 잃어버린 마을 표지석이 있는 곳 근처) 앞에는 매화나무가 많이 심어 있어 꽃이 피면 참 보기 좋았다.

암벽이 수려한 ‘무수천’ 계곡에도 매화나무가 피었다. 우리 집 올레에도 아버지가 오래 전에 심어 놓은 매화나무가 봄마다 꽃을 피웠는데 그림에서나 보았음직한 멋진 풍경이 되곤 했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해안동 아버지 집을 찾았다.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던 중 해안동의 유래를 알았다. 해안동에 사람이 처음 살기 시작한 곳은 ‘주루레’(아버지는 주르레뚜 라고 발음하셨다)라고 한다. 그래서 해안동 1번지는 주루레에 있다. 용천수가 나오는 곳을 중심으로 모여들다 보니 처음에는 몇 안 되는 집이 생겨나고, 양식이 없어서 근처 오름에 가서 오소리나 노루를 잡아먹기도 했고, 산나물도 캐어다가 먹고 살았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당터’(큰 기와집을 지어서 글을 가리키던 곳, 지금도 깊이 쟁기질을 하면 기왓장이 나온다고 함)는 해안동의 명실상부한 학문의 고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다.

조상들이 살 곳을 찾아 옮겨온 길을 보면 용천수가 곳곳에 있었고 그 길에는 매화나무가 있었다. 어쩌면 해안동 샘터들은 매화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먼 훗날 나도 하얀 백발을 하고 앞마당에 핀 매화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꽃샘추위도 사라지고 완연한 봄이 되니 매화 향기에 취하고 싶어 동리 옛길을 산책과 사색으로 더듬어 마음의 행로를 펼쳐 보았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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