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4·3!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의 4·3! 이제 다시 시작이다!
  • 제주일보
  • 승인 2017.03.1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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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일. 제주특별자치도 4·3지원과

이제 다시 4·3이다!

1985년 고등학교 2학년 봄, 자취방 옆에 사는 대학생 형 방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창작과비평사에서 발간한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만났다. 책을 읽고 난 오랜 시간 충격과 전율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학교에 가자마자 선생님께 4·3사건에 대해 물었으나,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1년 여 후 동네 어른신들의 술자리를 지나다가 4·3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희생됐다고….

대학생이던 1988년 친구들과 함께 4·3피해 내용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여름방학 때 제주에 내려와 고향 마을을 다니면서 어르신들에게 4·3의 진실을 알려 달라고 했으나 더 이상 알려 하지 말라는 얘기만 들었다.

거기가 끝이었고 더 이상 4·3은 내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2000년, 드디어 제주도민과 4·3유족들이 숙원하던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되고 제주도에도 4·3사업소가 설립됐다.

2001년 4·3사업소를 통해 공직에 입문하게 돼 공식적으로 4·3을 조사하고, 희생자 심사 및 진상규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학교 재학 시절 많은 고민들로 불면의 밤을 지새던 나는 4·3영령들에게 약속했다. 내가 공직에 있을 때까지 4·3희생자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및 유족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노라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7년이 됐다. 희생자 1만4231명 명예회복, 생존자 의료비·유족 진료비·며느리 진료비·생활보조비 지원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아직도 사각지대에 있는 유족들이 많다. 재정적인 문제를 뛰어넘어 4·3희생자들의 아픔을 해소키 위해 유족의 예우 확대 등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봉개벌 거친오름을 휘감은 바람이 나의 가슴을 덮는 듯하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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