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도 태극기도 모두가 승리하자
촛불도 태극기도 모두가 승리하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1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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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헌법재판소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국회의 탄핵청구를 받아들였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허용해 대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으며 이는 대통령 직을 파면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게 헌재 판단의 요지다.

헌재의 결정은 즉각 효력을 발생해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곧바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도중 파면된 것은 우리 헌정(憲政)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찬성과 반대, 양쪽으로 나뉜 국민들은 이 역사적 순간을 숨죽이고 지켜봤다. 그동안 촛불을 들고 ‘공정(公正)한 사회’의 ‘정의’를 외쳤던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고, 태극기를 들고 ‘나라의 안녕(安寧)’을 위한 ‘애국’을 외쳤던 국민들은 충격에 빠져 탄식했다.

한 쪽에서는 “이게 정의”라고 기뻐서 환호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나라가 죽었다”며 원통해 눈물을 흘리는 이도 많았다.
그러나 이는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진통이다.

헌재 결정 승복 당연한 일
분열·갈등 이제는 끝내야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지난 석 달여 동안 우리 사회는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으로 나뉘어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겪어왔다.

헌재 심판은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이 분열과 이 갈등을 끝내기 위한 절차다. 그 결정은 양쪽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제 중요한 건 헌재의 결정을 얼마나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이냐다. 헌재 결정에 승복(承服)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 자기 생각에 맞지 않는다고 불복(不服)하는 건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불복은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자기 모순이며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다. 이 시점에서 태극기를 들었던 국민들은 쓰라린 가슴을 추스리고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

태극기를 들었던 뜻은 이 나라의 안녕과 이 나라 사랑이 아니었던가. 그 붉은 마음으로 이 나라의 분열과 갈등을 끝내야 한다. 나라가 더 이상 두 동강이 나선 안 된다. 촛불을 들었던 국민도 ‘애국’이었고, 태극기를 들었던 국민도 ‘정의’였다. 모두가 추운 겨울날 나름대로 신념을 갖고 애국과 정의를 위해 광장에 나갔었다.

그러므로 촛불이나 태극기나 이편 저편이 아니라 모두가 한 몸이다.

지금은 모두가 뜨거웠던 열정을 냉철한 이성으로 식혀야 할 때다.

그러자면 우선 촛불이 태극기를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한다.

‘할빼’니 ‘틀떡’이니 하는 적대의 말을 거둬들이고 태극기를 들었던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젠 잊자
국가적 위기에 대처해야

지금 우리는 탄핵 사태 속에 있지만 정말 큰 일이 우리 눈앞에 와 있다. 중국은 사드 보복 수위를 점점 더 끌어올리고 있다.

숙박, 요식업, 전세버스, 면세점할 것 없이 제주관광업계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은 대사도 소환한 채 어업협정도 미루면서 우리를 놀리고 있다. 제주 연승어선 어민들은 숨통이 막혀 있다. 그동안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을 두 차례 감행했고, 미국 트럼프 정권은 북을 향해 무력사용까지 공언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 나라가 정말 망하는 건 아닌지, 불안한 현실이다. 경제도 투자와 내수, 소비심리, 고용, 모두 침체에 빠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잊자.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가슴에 손을 대고 이 나라의 현실을 생각하자.

대통령 파면으로 60일 내 조기대선이 치러지게 됐다. 두 달동안 선거라는 소용돌이에 이 나라가 휩쓸려갈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치권이 보여준 행태대로라면 국민이 죽던 말던 권력만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 뛰어다닐 것이다.

오늘부터는 국민을 생각해주기 바란다. 정치권은 그동안 나몰라라 방치해놓은 외교와 안보, 경제와 사회의 당면 현안들을 손에 잡아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 대선 후보자들은 국민들에게 대통령없는 이 두달짜리 정부와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치유하고 보듬어야 할 상처가 너무 깊다.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좇기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지도자를 국민은 원한다.

국민 편 가르기 그만하고
미래 위한 지도자 뽑아야

오늘 이후에는 국민을 편 가르기하고 이편 내편으로 나라를 두 동강내는 분열책동자들을 촛불과 태극기로 엄중하게 심판하자.

모두가 패배하는 길을 가느냐, 모두가 승리하는 길을 가느냐를 가르는 역사의 갈림길에 우리는 서있다.

모두 함께 승리해야 한다.

헌정 이후 우리는 수많은 혼란과 갈등을 겪었지만 그 때마다 상처를 치유하고 이 나라 이 사회를 살렸다.

외세의 침탈, 좌우(左右)대립과 전쟁, 4·19와 5·18, 국가부도사태까지 숱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지금의 이 혼란, 이 갈등도 우리는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모두가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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